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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공간에 반하다 - 출판사가 커피에 빠졌을때
    Article/Culture 2017. 4. 7. 16:08

    [출판사, 공간에 반하다]

    출판사가 커피에 빠졌을 때 


    저자와의 만남, 저자 사인회 등이 이뤄지는 단골 장소는 단연 대형 서점이다. 예전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출판사가 이러한 틀을 깨고 있다. 독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커피를 곁들인 북카페와 강연이 주가 되는 복합문화공간 등 출판사의 눈길이 향하는 그곳을 살펴본다. 


    후마니타스의 '책다방'


    출판사 후마니타스의 '책다방'은 출판사가 밀집한 합정동에 위치해 있다. 합정동 6번 출구에서 200m 정도 내려오면 서울치과의사협의회 건물 1층에 조용히 자리 잡은 책다방이 보인다. 


    2009년 후마니타스는 합정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이 때 후마니타스 박상훈 대표가 강력히 주장했다. 카페와 편집실을 결합시키자고. 후마니타스 박상훈 대표는 “사회과학 서적을 다루며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출판사가 사회적이지 않아 고민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선택한 해결법은 바로 커피였다. 폐쇄적인 공간과 출판 방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출판사의 사회 참여 방법이다.


    통유리 문을 열고 책다방에 들어서면 통유리로 된 편집실을 조심스레 훔쳐볼 수 있다. 출판사 직원인지 손님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만큼 편집실과 카페의 경계가 없다. 그야말로 제대로 된 독자와의 소통이다. 후마니타스 박상훈 대표는 “독자들에게 출판사의 편집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책을 읽다 잠깐의 휴식이 필요하다면 책다방의 또 다른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열심히 일하는 출판사 직원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다. 평온한 책다방의 분위기와 달리 편집실은 분주하다. 직원들이 카페 양쪽에 위치한 편집실을 오가며 출판 작업에 몰두한다. 여러 출판 인사들이 쉴 새 없이 왔다 가기도 한다. 운이 좋다면 당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볼 수도 있다.







     


    책다방에는 혼자 작업하는 손님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다양한 사회과학 서적이 번역가, 기자, 디자이너 등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다방의 회전율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작업을 위해 방문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장시간 머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다방은 고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위해 아메리카노 무료 리필이라는 대단한 결심을 했다. 


    책과 친하지 않는 손님이라면 책다방의 고급스런 커피를 즐기는 것도 좋다. 책다방의 원두는 공정무역을 통해 직접 유기농 원두를 수입해오는 빈스투커피에서 공수한 것이다. 유기농 원두로 만드는 커피를 통해 에디오피아 현지를 느꼈다면 식용 향료와 설탕을 전혀 가미하지 않은 에이드와 생과일주스를 다음 음료로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유기농 음료와 함께 쉽게 구성된 만화 형식의 사회과학 서적이나 여행 서적 등을 즐기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2층으로 올라가는 벽면에는 유명작가의 친필 사인이 걸려있다.

    학산문화사의 ‘코믹커즐’


    상도역 1번 출구에서 숭실대 방면으로 걷다 보면 색다른 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만화 전문 출판사인 학산문화사에서 운영하는 만화 전문 서점 ‘코믹커즐’이다. ‘코믹과 커피가 있어 즐거운’이라는 뜻의 코믹커즐은 만화 콘텐츠와 커피 콘텐츠가 결합한 문화공간이다. 


    유동인구가 적고, 주거 밀집 지역도 아닌 상도동에 자리 잡은 코믹커즐은 의아한 입지만큼이나 그 공간도 특이하다. 코믹커즐의 김영호 매니저는 “코믹커즐은 만화방도 아니고, 북카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어떤 곳인지 얼추 감을 잡으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며 간간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라 하기에도, 라면과 음료를 앞에 놓고 만화를 즐겨보는 만화방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코믹커즐의 1층에는 카페가 들어서 있다. 카페에는 국내외에서 출판된 만화책의 제 1권만을 모아 손님들이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보통의 만화방처럼 한 시리즈를 다 읽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만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일종의 미리보기 형식이다. 코믹커즐 김영호 매니저는 “카페에 제 1권만 배치한 것은 만화 전문 서점의 입지를 굳건히 하기 위한 판매 전략”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코믹커즐의 가장 큰 장점은 착한 가격이다. 3500원부터 시작해 5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북카페를 표방한 카페 중에서는 가장 싼 가격을 자랑한다. 학내 카페의 싼 가격에 익숙해진 우리들로서는 편안한 가격은 아니지만 보통 7000원을 웃도는 홍대 북카페들의 가격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최근 학산문화사는 서점과 카페의 전문성을 각각 살리기 위해 두 공간의 운영을 분리시켰다. 가격만큼이나 만족스런 커피를 마시며 소소한 소품들과 함께 만화책을 읽을 수 있다.
     

    1층 카페에서 제 1권을 읽은 뒤, 그 만화의 매력에 푹 빠졌다면 2층 서점으로 올라가보자. 계단의 한쪽 벽면에 만화 작가들의 친필 사인이 고객들의 눈길을 끈다. 이것이 바로 출판사 직영 서점이 갖는 장점이다. 한국의 독자들이 멀게만 느꼈던 『원피스』의 오다 에이치로, 『데스노트』의 오바타 타케시 등 일본 유명 작가의 친필 사인도 전시돼 있다. 다른 만화 전문 서점과 달리, 작가들의 친필 사인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강의에 지친 수강생들을 위한 휴식처가 3층로비에 준비돼 있다.

    문학과지성사의 문지 문화원 ‘사이’


    문학과지성사는 다른 출판사와 달리 커피가 아닌 강연을 택했다. 2007년 문학과지성사의 30주년을 기념해 탄생한 문지문화원 ‘사이’는 인문학과 예술분야를 아우르는 강연을 기획하면서 출판사 복합문화공간의 또 다른 모델이 되고 있다.


    약도대로라면 문지문화원 ‘사이’는 신촌로터리에서 홍대방향으로 가는 길에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20분 동안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겨우 찾았다. 문지문화원 ‘사이’는 얼핏 보면 그냥 스쳐 지나갈 법한 건물 3, 4층에 자리 잡았다. 건물 외관만 보면 문지문화원 ‘사이’의 매력을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르나 그들이 개최하는 강의를 듣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열리는 강연은 장르를 넘나든다. 문학과 예술, 인문, 사회과학 등 모든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이’가 됐다. 각종 문화 영역의 경계를 잇는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다. 9월 한 달 동안에는 미디어 아트와 문학창작학교, 스토링텔링학교, 인문예술 강의가 예정돼 있다. 강의 신청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받고 있다. 참가비에 관한 정보는 수강신청시 얻을 수 있다. 
     

    강의를 다 들었다고 해서 바로 집에 간다면 문지문화원 ‘사이’를 제대로 즐기는 것이 아니다. 3층 로비에 위치한 공간은 수강생들을 위해 준비된 공간이다. 강의 후의 토론도, 수강생들끼리의 잡담도 허락되는 그 공간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책을 읽는 것도 좋고 한쪽에 준비돼 있는 탁구대에서 게임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다. 
     

    문지문화원 ‘사이’는 2007년 문학과 지성사를 기반으로 설립된 이후 꾸준히 발전해 왔다. 설립 초창기에는 인문학과 관련된 강의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미디어, 과학, 고대 문화 등의 다양한 주제로 강의 영역을 넓혔다. 또한 미디어와 과학을 연관시켜 강의를 하는 등 새로운 강의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다. 다양한 범주와 신선한 강의 방법으로 예술계의 주목을 받으며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기반을 확고히 한 것이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문지문화원 ‘사이’는 점점 문학과지성사에서 독립하고 있다. 출판사를 기반으로 한 공간이 아닌, 그 공간 자체로 메리트를 지녔기 때문이다. 문지문화원 김형석 팀장은 “이제 문지문화원 ‘사이’의 철학이 담긴 강의를 다양한 강사와 함께 신선한 장소에서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은지 기자 ilnrv@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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