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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4일차] 돈을 펑펑 뿌렸던 프라하의 핫플레이스
    Travel/the Czech Republic 2017. 12. 23. 19:52

    [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4일차] 

    Ms. Shopaholic

    프라하의 흔적을 내 캐리어로! 


    이 글은 물이 흐르듯 돈을 쓰던 그 날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쓰고 있다. 


    하루의 시작, Cafe Club Mizenska의 내부


    시작부터 비싼 커피


    스벅이랑 함께




    01/ 체코의 물가 

    체코하면 '야경의 아름다움'을 바로 떠올릴 것이다. 야경이 1순위라면 '낮은 물가'가 2순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체코=낮은 물가'라는 등식은 한국에 터를 두고 생활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체코인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 체코의 물가는 낮지 않다. 


    체코는 2004년 5월 1일 유럽연합에 가입했다. 체코와 함께 한날 한시에 EU 일원이 된 동기는 90년대 초 공산권에서 벗어난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키프로스 등 10개 국가다. 이후 동유럽 경제 전체가 상승세를 탔지만 유독 체코의 경제는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매년 5~6%가량 경제가 성장하면서 물가 역시 전년 대비 3%씩 상승했다. 경제성장률과 비교하면 물가의 상승폭은 안정적인 편에 속했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상승했다 한들 가파르게 성장하는 경제에 발맞췄다면 그 폭은 클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2008년에는 유로로 치면 cent의 개념인 체코의 할레쥬(Haléř)가 없어지기도 했다. 


    2000년대 체코의 물가 상승을 '솟았다'고 표현한다면, 2010년도에 들어서자 '치솟고'있다.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부가가치세의 상승, 그리고 주택임대료의 상승이다. 2013년, 체코 정부는 두 종류의 부가가치세를 17.5%로 통일 상승시켰다. 생활과 가장 밀접한 식료품, 에너지, 교통요금 등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OECD에 따르면 2017년 1분기 4.1%로 전 세계 물가 상승 3위를 차지, 2분기는 4.5%로 5위의 자리를, 3분기 역시 5위이지만 수치는 5.7%로 늘었다. 




    주택 임대료의 상승은 가파르다. 2015년 대비 부동산 매매가가 25% 가량 올랐다. 하지만 월세의 인상폭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주거뿐만 아니라 상가의 월세는 전년 대비 30%나 올랐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답게 부동산이 호황이다. 


    만약 체코가 코루나를 포기하고 유로화로 편입된다면 상승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리스 여파와 브렉시트를 거치며 체코 국민들의 반대가 거세 아직은 가시화되고 있지 않으나 2020년 내 체코는 유로화 편입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출처 - KOTRA 해외시장뉴스News KOTRA, Czech Insigiht 등 




    02/ 그럼에도 

    그러나, 한국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입장에서 체코의 물가란 저렴하기 그지 없다. 체코의 화폐 1코루나는 한국의 50원 정도다. 환율에서 낮은 물가를 예상할 수 있지만 현지의 물가를 체감하면 더 낮게 느껴진다.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맥주는 500ml 30~40코루나, 한국 돈으로 1500~2000원 사이다. 테스코와 같은 대형마트에 방문한다면 코젤 캔맥주 하나를 15 코루나에 구매할 수 있다. 싸다면 단돈 750원, 한국의 반값이다. 


    유럽은 물보다 맥주가 싸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맥주만 싼 건 아니다. 한끼 식사로 충분한 굴라쉬 소스는 10코루나 가량, 엄청난 대용량 소시지는 40 코루나면 충분하다. 대표적 주식인 빵도 싸다. 크기가 작다면 4코루나, 미친듯이 크면 40코루나 정도다. 이곳은 우리에게 정말 에덴동산이나 다름 없었다. 




    03/ 그렇다면

    그래서 결정된 넷째날의 테마. 쇼핑이다. 이곳에서는 매일 아침 10시면 예배당 종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잠을 깨우기에 충분한 울림이지만 그렇다고 불쾌하지는 않다. 우리는 종소리에 맞춰 침대에서 일어나 꽤 긴 시간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나갈 채비를 시작했다. 







    04/ CHATTY

    Prague 1 구역 중 구시가지를 기준으로 북동쪽으로 향했다. 첫번째 행선지는 CHATTY. 2004년에 설립된 패션 레이블이다. 숙소에 비치된 핫 플레이스 추천 책이 표현한 CHATTY는 디테일에 집중한 디자인의 데님 제품을 많이 취급한다고 했다. 또 남자와 여자, 즉 성별의 구분 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을 판매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방문해보니 그 책의 설명은 정확했다. 정말 여자와 남자의 구분 없이 입을 수 있을 옷이 있었고 디테일에 아주 많이 집중하고 있었다. 다만 우리가 입기엔 사이즈가 컸고 그들의 디테일이 우리의 취향과는 다를 뿐이다. 그렇게 열심히 찾아간 CHATTY에서는 채 5분을 견디지 못하고 나왔다. 



    다음 목적지로 향하던 길에 발견한 곳






    05/ Talacko 

    우연히 들렸던 악보 서점이다. 우연히 들렸던 다른 곳들과 달리 제법 시간을 보냈기도 하고 돈을 썼던 곳이기도 해서 소개한다. 


    방문했을 때는 몰랐지만 Talacko는 1998년부터 시작된, 자그마치 20년이 된 악보 서점이다. 20년이란 세월의 깊이 만큼 취급 종류의 폭도 넓다. 체코의 거의 모든 음악 출판사에서 발행된 악보를 모두 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여기서 팝송 악보를 하나 샀다. 이때만해도 한국으로 돌아와 성인 피아노 학원을 끊을 의향이 있었기 때문인데 지금은 내방 한 켠의 허세 인테리어 용도로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비염 환자의 막힌 코도 뚫어줄 가죽 냄새가 나는 곳




    06/ Prague City Gallery 

    이곳은 전시를 보지 못했기에 감상이 빠진 설명만 추가한다. 아쉽게도 휴무일을 확인하지 못하고 찾아 출입문만 볼 수 있었다. (월요일 휴무다.) 


    Prague City Gallery는 프라하 3일차에 다녀 온 National Gallery 다음으로 체코에서 두번째로 큰 미술관이다. 1963년, 체코에서 중요한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수집하고 보관하기 위해 개관했다. 설립까지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민간과 정부의 고른 노력이 맺은 합작품이다. 


    시작은 민간이었다. 1800년대 말에 활동했던 체코의 화가 Josef Mánes가 창업자로 참여한 예술 포럼에서 예술가들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그 일환으로 프라하 시의회는 미술가들의 작품을 조금씩 구매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민간을 지원하는 시의회의 활동은 개인은 물론 기관으로부터의 금전적인 후원과 작품의 기부를 통해 점점 발전했다. 이 활동은 몇 십년이 지나자 늘어난 작품을 보관하기 위해 전시실을 갖추기 시작했다. 전시실이라는 그럴 듯한 외관이 생겨나니 시의회는 갤러리가 체계적으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행정 규정을 발부하며 지원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1963년 노력의 결실이 프라하 시티 갤러리 개관으로 맺어졌다.


    우리는 계획을 쉽사리 바꾸는 만큼 계획이 어그러져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미 National Gallery를 방문했고 어지간히 만족을 해서 그랬던 것도 있을테다. 당시에는 에이, 다른 거 하자며 조금의 아쉬움만 남기고 발걸음을 돌렸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홈페이지에 게시된 현재의 전시를 통해 당시의 전시를 유추하면서 새삼 아쉬움이 생긴다. 실제로 이전의 전시 페이지에서 놓친 전시를 확인하니 섭섭하고 서운하다. 나는 몇년 후에나 두번째이자 처음으로 City Gallery를 방문하겠지만 빠른 시일 안에 프라하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 사람에게는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07/ Palladium

    아쉬운 마음을 달랠 때는 쇼핑만한 게 없다. Prague City Gallery에서 발길을 돌린 후 우리는 프라하에서 가장 큰 쇼핑몰, 팔라디움으로 향했다. 


    지금은 거의 200개에 이르는 상점이 들어선 쇼핑몰이지만 원래는 육군 소유의 막사였다고 한다. 게다가 200년이나 막사의 용도로 활용된 건물이다. 정말 연상하지 못할 과거다. 현재의 모습에서는 군대가 주둔했다는 사실을 조금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현대적이고 화려하기 때문이다. 


    내가 정줄을 놓고 쇼핑한 장소는 두 곳. H&M과 Orsay다. H&M은 정말 깜짝 놀랐다.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 많고도 예쁜 옷들이 즐비했다. 한껏 골라서 피팅룸에 들렸다 나오면 또 예쁜 옷을 마구마구 발견하기 일쑤였다. 얼핏 기억해보면 사고 싶었던 옷은 거의 10개가 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단 두개만 사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틀 뒤 다시 들려 1개 더 산건 비밀) H&M의 가격은 체코의 낮은 물가와는 큰 관련이 없었다. 괜찮다 싶으면 원화로 5만원, 꼭 사야겠다 싶으면 원화로 10만원이었다. 비싼 게 예쁜 건 전세계 통일이다. 


    Orsay는 팔라디움에서 처음 접한 브랜드다. 마네킹이 입은 플라워 패턴의 빨간 블라우스에 정신을 놓고 매장에 들어섰는데, 들어서보니 예쁜 게 더 많았다! 특히나 내 맘에 쏙 드는 패턴 블라우스가 굉장히 많았다.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예쁘다 싶어도 3만원 정도. 하지만 앞서 H&M에서 비싸고 예쁜 옷 2개를 산 탓에 우선은 참았다. (이틀 뒤 다시 들려 2개 더 산거.. 비밀) 



    신기하게도 쇼핑을 하면 배가 고프지 않다. 집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나온 뒤, 거의 4시 경 첫끼를 찾아 나섰다. 앞서 3일 간 컵라면 외에는 서양식, 체코식으로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흔히 접했던 음식이 간절했는데 다행히 팔라디움에는 중국식인지 모를 식당, Mongolian BBQ Jurta이 있다. 야채와 고기 볶음, 야채가 많이 들어간 누들 볶음, 그리고 너무 너무 간절했던 국물 요리를 만족스럽게 먹었다. 가장 좋았던 건 음식보다는 아주 빠른 속도의 공짜 와이파이였다는 것.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쇼핑을 하니 행복한 기운이 온몸으로 알알이 전파된 것 같다고나 할까. (ㅋㅋ) 아마 이때쯤부터 체력이 고갈되고 있었던 것 같은데 힘듦을 느낄 새 없이 다음 스팟, Prague 1 구역의 서남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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