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5일차] 해외 재택근무와 이사하는 날
    Travel/the Czech Republic 2017. 12. 24. 23:11



    01/ 해외에서 재택근무라고 
    내가 왜 그랬을까, 당시에는 참 많은 후회를 했다. 꼭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던 고객사에게 프라하 여행 5일차에 이메일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말았다. 너무 늦게 전달 일정을 잡으면 느직하다는 이미지로 각인될까봐. 

    그렇게 프라하 5일차 아침은 근무 일정으로 미리 결정되어 있었는데, 매일 아침 필스너 한잔과 커피 한잔을 즐기며 2~30분 정도 시간을 보냈던 Cafe Club Misenska에 자리를 잡았다. 



    앞서 한 시간 가량은 그간 밀린 이메일을 처리 하느라 정신 없이 보내고, 친구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보람이와 희은이는 내가 일하는 시간 동안 카프카 박물관에 갔다.) 그 시간 동안 사색을 좀 했다고나 할까.

    노트북을 덮고 옆을 보자 창틀을 프레임 삼아 보이는 Misenska의 인테리어가 새삼 아리땁다고 생각했고, 시선을 아래로 옮겨 발견한 <Newsweek>를 통해 지난 2년을 생각했다. 중앙일보는 중앙시사매거진이라는 자회사가 있다. 가장 오래된 월간중앙, 그리고 이코노미스트와 한국 라이센스를 가지고 발행하는 포브스 코리아, 뉴스위크 코리아를 간행한다. 포브스 코리아에서 2015년 말, 4개월 간 보냈던 인턴 기자 시절을 회상했다. 

    나는 기자가 되고 싶어 자못 오랜 시간 언론고시를 준비했다. 취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인턴을 먼저 해보기로 결정했고, 인턴 기간 내 스타트업이란 세계를 알게 되면서 방향을 틀게 됐다. 내가 만약 계속 기자 준비를 했다면 지금 어땠을까. 취업을 했든 못했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에다가, 503을 비롯한 적폐 청산에 국민들이 온 관심을 쏟고 있으니 바쁘지 않았을까 싶다. 

    '바빴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참 우스운 이유이긴 한데, 스타트업 세계로 넘어온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목표가 주어지고, 그 목표를 자유로운 방법으로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개개인이 달성한 목표가 회사의 성장으로 반영되는 걸 목도하고, 개인의 성장에 관심을 가져주는 분위기. 사실 이건 차치하고 이 순간에는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있어 9일 간 여유롭게 프라하로 여행을 왔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다 싶었다. 언젠가는 해외에서 리모트 근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바라면서. 




    02/ 프라하 실내는 금연일까? 

    Cafe Club Misenska의 오전 직원 분이 실내를 벗어나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보면서 궁금해졌다. 3년 전, 분명 프라하 실내 곳곳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실내 분위기가 굉장히 깔끔해진 걸 내 눈부터, 코, 뉴런과 세포와 촉수까지 느꼈다. 실제로 변화가 있었다. 


    2017년 5월 31일부터 식당을 포함한 실내 구역에서의 흡연이 전면 금지됐다고 한다. 청소년의 흡연 비율이 높아 대중교통 승강장, 동물원의 흡연 구역 외에서 흡연 금지, 의료시설, 학교, 쇼핑센터 등에서는 전자담배까지 금지되는 다소 강력한 규제안이 통과됐다. 규제안이 통과된 지 딱 두달 뒤 우리가 프라하에 방문했는데, 5월 전에 오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 













    03
    / 오늘은 이사를 하는 날이다 
    친구들이 돌아왔다. 우리는 아침에 잠깐 헤어지기 전부터 계획했던 쌀국수를 먹으러 떠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트램 안에서 'Pho'라는 간판을 본 기억에만 의지해 트램을 탔는데, 'Photo'였다. 아마 쌀국수를 무지하게 먹고 싶다는 신호를 마구 쏘는 우리의 뇌가 기억마저 조작한 게 아닐까 싶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무튼 무언가를 먹고 이사 준비를 하러 귀가했다. 

    보통 이사날에는 물건들이 버려진다. 우리는 물건들을 캐리어 안에 꾸역꾸역 담느라 고생했다. 닫히지 않는 캐리어에 내 무게를 얹어 간신히 지퍼를 잠그면서 어제 뭘 많이 사긴 샀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런데 이사는 이사였나보다. 물품 포장지, 마트에서 사와서 다 먹고 버려지는 쓰레기들, 다 먹은 컵라면 용기, 다 쓴 샤워 용품까지. 보통의 이사처럼 버릴 게 많이 쌓였다. 보통의 이사와는 다른 점을 느끼며 여행이라는 것을 실감하기도 했고, 보통의 이사와 같은 점도 느끼며 현지의 일상을 즐기는 듯도 했다. 





    04/ Prague 3. Zizkov 

    계획에는 없었지만 짐이 과하게 무거웠던 탓에 우버를 불렀다. 구글 맵으로 현재 위치와 도착 위치를 찍으면 앱 하단에서 곧바로 우버를 호출할 수 있다. 물론 예상 요금까지 표시된다. 우버 앱에 결제 카드를 등록해놓으면 도착과 동시에 결제까지 자동이다. 빨리 우리나라에도 정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음악으로 한껏 표출하는 기사님의 힙합 소울을 느끼며 프라하에서 머무를 두번째 집에 도착했다. 


    Prague 3 구역은 관광지에서 다소 떨어진 주거 지역이다. 흔히 Zizkov라고 알려진 곳인데, 프라하 1구역부터 8구역 중에서는 치안이 좋지 않다고 한다. 에어비앤비에서 예약을 할 때에는 당연히 몰랐다. 집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짐 정리를 다 하고 트램 역으로 이동하던 중간 중간 쎄-한 느낌을 받은 몇몇 거리가 있었는데 조금 알아보니 거리와 거리마다 분위기와 치안이 다르다고 한다. 새로 신축된 모던한 디자인의 건물들이 쭉 늘어선 거리(다행히 두번째 숙소로 가는 거리가 그랬다)가 있는 반면 쓰레기가 숱하고 을씨년스럽게 빈 건물이 많은 거리도 있었다. 곁가지 이야기지만 신축 건물이 즐비한 거리와 낡은 건물이 주를 이루는 거리의 월세 가격도 매우 다르다고 한다. 





    Zizkov에 대한 평가에도 아랑곳없이 두번째 우리집은 참 넓고, 깔끔하고, 좋았다. 우버에서 내린 후 잠시 기다리니 호스트가 나타났고 앞선 쌀국수 먹기 실패와 첫번째 집 청소 등으로 진을 뺀 우리와는 온도차가 확연하게 밝고 명랑했다. 그는 주변의 멋진 카페와 가장 큰 마트, 그리고 공원을 추천한 뒤 떠났고 우리는 짐을 푼 후 잠시 쉬다 저녁 만찬을 즐기러 나왔다. 


    사진 오른편에 쭉 뻗은 거리가 두번째 우리 집으로 올라가는 길목이다. 모던한 느낌의 현대식 건물이 많다.




    나 혼자 걷다 먼저 신호등을 건너고 말았다. 반대편에 서서 내 친구들을 바라보니, 프라하 땅을 밟고 있는 친구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다 신호등을 건너 내 위치에 합류해 팔짱을 끼니 같이 와서 너무 좋다는 느낌도 들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