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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5일차] 제대로 즐긴 한끼 식사, 프라하의 맛있는 레스토랑
    Travel/the Czech Republic 2017. 12. 28. 01:00

    05/ 반갑다, James Dean

    레스토랑으로 걸으면서 낯익은 거리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서서히 알아차렸다. 내 시야로 점차 들어오는 제임스딘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제임스딘을 다시 만나니 지난 여행이 떠오른다. 그때는 얼마 되지 않는 돈에 의지해 여행을 떠났다. 먼저 벨기에로 갔다. 유로존에 속한 국가라 아침 커피 한 잔을 즐길 때에도, 식사할 곳을 찾을 때에도, 쇼핑을 할 때에도 돈을 진창 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체코, 프라하는 달랐다. 소윤이와 함께 일주일의 시간을 보내고 하늘에서 국경을 건너 체코 땅을 밟으니 앞으로 남은 일정에 대한 근심을 떨치고 참 여행을 누릴 수 있었다. 

     

    프라하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쓴 곳을 꼽으라 한다면 단연 제임스딘이다. 프라하를 쏘다닌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제임스딘에 자주 갔다. 낮 시간에는 1950년대 미국의 카페와 레스토랑을 재현한 자태를 뽐내다 하늘이 어둑해질 때쯤 진정한 본모습, 20세기 바와 클럽의 맵시를 드러낸다. 그때 당시에는 최소한의 목표치로 뒀던 학점도 달성하지 못한 채 졸업해야 했던 내 마음 속의 역정과 '나랑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라는 마인드에서 분출된 자신감으로 제임스딘에서 마음껏 놀았다. 타국에서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 놀다 밤을 새기도 했다. 새벽 3~4시 경 아주 어둑컴컴할 때, 혹은 동이 틀 때 혼자서 터벅터벅 프라하 밤거리를 걸으며 하룻밤에 2만5000원이던 한인민박으로 돌아가던 그때가 길게 살지 않은 인생 중에서 가장 자유로웠다. 

     

    아침을 차리던 민박집 언니가 민박집으로 귀가 후 오늘은 잠만 자겠다는 나를 보고 '왜 그렇게 여행하냐'고 물었던 게 기억이 난다. 한낮에 꿀잠을 취하고 다시 밤에 나와 제임스딘이 아닌 다른 클럽에 관광 차 들렸는데 이탈리아에서 온 고등학생들의 졸업 파티가 열리던 현장에서 덩그러니 서 있던 내 모습도 기억난다. 그 클럽의 가드는 도대체 왜 나를 들여 보냈는지 모르겠다. 

     

     

     

    자유를 얘기하니 체코의 치안이 썩 훌륭하다는 생각이 쌩뚱맞게 든다. 물론 그때 머물던 민박은 프라하 내 주요 관광지인 바츨라프 광장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고, 내가 방황하던 곳도 프라하 구시가지에 한정되어 있긴 했다. 하지만 2014년의 프라하는 1989년 이전 만큼 새벽에 순찰을 도는 경찰도, 2017년 지금 만큼 공산주의 시절에 억압받던 자유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CCTV도 많지 않을 때다. 그럼에도 동양인 여자 홀로 새벽 길을 거닐기도 하고 제임스딘 앞의 벤치에 앉아 있기도 하고 날이 밝을 때쯤 민박 앞 버거킹에서 고픈 배를 채우기도 했다. 온전하게 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밤거리였다. 

     

    여담인데, 2015년 체코의 동남부 도시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 CCTV가 늘어났다. 누구의 표현에 따르면 '대박'일텐데 우리나라의 보안업체가 체코에 아주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기사보기

     

    다시 제임스딘 이야기로 돌아오면 배도 많이 고팠고, 레스토랑이란 분명한 목적지가 있었던 길목이라 들리지는 않았다. 게다가 제임스 딘에 가기에는 시간이 이르기도 했다. 또 들릴 수 있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사진이라도 찍기로 했다. 다른 나라에서 예전에 방문했던 곳을 또 찾은 건 처음이라 자료로 남기고 싶었다. 친구들에게 잠시 양해를 구해 제임스 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02/Prague Old Square 

    저 레스토랑에서는 스테이크를 먹었었지, 저기로 가면 한국인에게만 알려진 체코의 명물 Manufaktura가 있었지. 감상을 펼치다, 스쳐 지났다. 가끔 운이 좋으면 현지인이 올드 스퀘어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일인극, 마술쇼 등을 펼치기도 하니, 나름 쏠쏠한 재미가 있는 곳이다. 

     

     

     

    03/RESTAURANT MINCOVNA

    우리의 목적지, RESTAURANT MINCOVNA! 줄여서 MINT라 부른다. MINT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프라하 올드 타운에 처음으로 생긴 레스토링아라 한다. 이번 여행의 회계 담당자 희은이가 일정대로 예산을 적절히 분배한 덕에 우리는 꽤 괜찮은 식사를 계획할 수 있었다.

     

     

     

     

     

    스타터는 대략 100~200CZK 사이, 메인 메뉴는 200~400CZK 사이, 디저트는 스타터와 동일한 가격대다. 체코에서는 제법 비싼 편에 속하지만 음식을 받아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스타터로 어떤 수프, 메인 메뉴로 농어 구이와 토끼 슈니첼, 치즈 구이를 택했다. 다소 단정한 메인 메뉴를 택했으니 디저트는 진한 맛의 아이스크림으로. 그리고 절대 빠질 수 없는 물과 같은 술까지. 

     

     

     

     

     

     

    스타터는 조금 부족했다. 하지만 이 부족함을 메인 메뉴가 충분히 상쇄했다. 나는 토끼 고기 슈니첼이 맛있었다. 토끼 고기를 처음 먹어보는 터라 반신반의하며 한입을 먹었을 때 약간은 신맛, 질기지 않은 육질, 그리고 특히 '슈니첼' 형식의 요리인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농어 구이는 소스가 일품이었다. 맛은 세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다른 메인 요리를 농어구이 소스에 찍어먹을 정도였다. 이 요리에 진정 라거 맥주의 대표주자임을 느끼게 했던 필스너를 겸하니 처음으로 체코 레스토랑에서 '만족할 만한' 식사였다. 이곳의 필스너는 남다른 노란빛, 초반부터 입 안을 장악하는 씁쓸한 맛이 그동안 먹었던 필스너 중 최고였다. 

     

    디저트 중 초코소스가 가미된 저 아이스크림은 극강의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은 듯한 느낌이었다. Amorino에서 먹었던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정말 진한 맛이었는데, 이곳의 아이스크림은 저어어엉말 진했다. 진짜 맛있었다. 

     

     

     

     

     

     

     

     

     

     

     

     

     

     

     

    배도 마음도 두둑해진 우리는 manufaktura로 향했다. 그전날 마뉴팩튜라에서 엄청난 쇼핑을 해 우리는 텍스프리를 받을 수 있었는데, 우리가 들렸던 프라하성 근처의 매장에서는 불가능했다. 오로지 가능한 곳은 프라하 올드 타운 지점. 그마저도 8시에 마감한다. 우리는 8시 5분쯤 방문해 내일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5일차의 키워드는 일과 이사, 그리고 저녁 식사. 우리는 마뉴팩투라에서 곧바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열쇠로 집 문을 여는 방법이 우리나라와 달라 어지간히 고생을 했는데, 다음에 체코의 열쇠 시스템에 대해 좀 조사해봐야겠다.) 이사한 집의 와이파이는 정말 빨랐고 그 덕에 보람이와 희은이는 그녀들의 삶의 이유, 강다니엘을 실컷 볼 수 있었다. 그 당시 무슨 티저가 하루에 하나씩 나올 때라 두 친구의 저녁 스케쥴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나는 친구들의 꾸준하고 잔잔하고 얕고 스며드는 영업에도 굴하지 않고 거실의 쇼파에서 사진을 정리하거나 예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거나 더쿠를 했다. 

     

    5일 째 밤, 어김없이 좋았던 날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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