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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7일차] 체코슬로바키아의 옛 흔적이 남은 공간,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에 대해서
    Travel/the Czech Republic 2018. 5. 7. 16:43

    04/또 한번 쇼핑의 늪으로 

    팔라디움에 다시 들린 건 언젠가부터 내 관심을 앗아갔던 익숙한 페미닌룩 스타일의 낯선 브랜드, orsay 때문이다. 프라하 4일차, 첫 만남은 은은했지만 여운은 강렬했던 orsay에 7일차 쯤 다시 찾으니 역시나 '그' 옷을 하나 더 사야한다는 마음을 굳혔다. 


    옐로우(yellow)톤 베이스에 그린(green)톤이 가미된 큐트하면서도 페미닌한 슬리브리스 블라우스. (패션잡지톤 코스프레) 이미 하나를 사고 난 뒤, 약 사흘 간 이 블라우스가 나보다 더 잘 어울릴 누군가가 떠올랐다. 선물을 하자니 나도 갖고 싶고, 나만 갖자니 그 친구가 더 어울릴 것 같고. 고민 끝에 선물 용으로 하나 샀다. 같은 회사라 이 옷을 입는 날에는 꼭 서로 얘기하자는 당부를 잃지 않았다. 카프카 박물관에서 구매한 기념품과 팔라디움에서 기어코 손에 쥔 블라우스를 품에 안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프라하 4일차 다시 읽기 - Ms. Shopaholic 프라하의 흔적을 내 캐리어로! 



    집에 도착하니 정확히 3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 시간 동안 희은이와 보람이는 나갈 채비를 모두 끝냈다. 우리는 프라하 쿨북에서 찾은 또 하나의 핫한 카페로 향했다. 



    05/프라하의 지하철에 대하여

    프라하의 지하는 지상과 대비된다. 파스텔 톤의 따스한 지상과 달리 지하철을 통해 경험한 지하는 차갑기 그지없다. 지하 특유의 차가운 공기 때문만은 아니 듯 하고 지하철 내부를 뒤덮은 알루미늄 때문만도 아니 듯 하다. 프라하의 지하가 너무도 차가웠던 건 깊디깊은 지하철 탑승구까지 단숨에 데려다주는 에스컬레이터의 어마어마한 속도 탓이다. 


    출처: https://yomadic.com/prague-metro/

    출처: https://yomadic.com/prague-metro/


    프라하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는 정말 빠르다. 3년 전, 내 머리 속에 가득히 남은 프라하 지하철의 인상은 '미치도록 빠른 에스컬레이터'다. 조금만 더 극하게 표현하자면 프라하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는 나에게 공포다. 자칫 발을 헛디뎠다간 발목이 잘려나갈 것만 같은 속도. 그 공포를 간신히 이겨내고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했을 때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를 이기지 못한 내 몸이 앞으로 쏠릴 때의 당혹감. 두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지만 우리의 목적지와 가장 적합했던 교통편은 지하철이었고, 그러니 다시 탈 수밖에 없었고, 다시 경험한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는 여전했다. 에스컬레이터의 속도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꺼내는 이유는 무심히 지나치기엔 내가 느낀 공포가 무안하기 때문이다. 




    프라하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는 왜 빠를까. 가장 명료한 답은 체코가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이이었기 때문이다. 프라하 지하철은 1978년에 처음 건설됐다. 1978년의 체코는 '체코슬로바키아'였던 시절그렇다면, 결국 소련의 에스컬레이터가 문제라는 건데… 소련의 에스컬레이터는 2.5m/s의 속도로 달릴 정도로 빨랐다고 한다.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라기엔 믿기지 않는 스피드다. (프라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의 모티브가 된 모스크바의 지하철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 글을 참고해보시길) 


    그럼 2014년 이후 2017년에 재방문하기까지 3년간 프라하는 에스컬레이터의 감속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프라하 시민들은 이 에스컬레이터 속도에 무딘걸까? 그건 아니다. 검색 끝에 한 뉴스를 찾아냈다. 


    <The number of injuries to passengers riding escalators at Prague Metro stations has risen in recent years, the news website iDnes.cz reported. It said escalators at some stations were running excessively quickly. The number of injuries was 441 last year, compared to 368 in 2009. However, injuries to children’s hands and feet have declined after brushes were installed alongside steps in some stations. Most injuries last year were caused by passengers colliding on escalators. Those in a number of stations, such as Náměstí Míru, run faster than permitted under EU norms, iDnes.cz said.[각주:1]>


    프라하 시민들은 분명 에스컬레이터의 미친 속도를 알고 있다. 그리고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체코 신문 리도베 노비니는 유럽의 규정에 따라 에스컬레이터 허용 속도를 최대 0.7m/s로 늦출 예정이라 보도했다. 중요한건 '점차적으로' 교체한다는 거다. 애석하게도 우리가 Kavárna co hledá jméno에 가기 위해 타야 했던, 1977년부터 1985년까지 건설된 소련 스타일의 line B, 안델 역의 에스컬레이터는 아직 교체되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 1대를 교체하는데 1억 크로나(123억 600만원)이 든다고 하니 세금도 내지 않는 사람으로서 불만을 쏟아낼 건 아닌 것 같다. 


    "거봐, 내 말이 맞지! 프라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진짜 빠르지!" 

    라고 으스대며, 기나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준 프라하 지하철을 벗어나 목적지, Kavarna 카페로 향했다. 






    빠르디 빠른 프라하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이 글의 출처들

    1. http://praguemonitor.com/2009/07/04/fast-soviet-and-dangerous

    2. http://www.pragprague.com/long-escalator-prague-kobylisy-metro-station/

    3. https://prague.tv/en/s72/Directory/c207-Travel/n12524-Prague-faces-numerous-transportation-changes



    1. http://www.radio.cz/en/section/news/news-site-number-of-injuries-on-prague-metro-escalators-climbing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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