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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Shape of Water] 농아와 인어의 사랑 이야기
    Review/Movie 2018. 4. 25. 03:22

     

     / The Shape of water농아인어사랑 이야기다. 

    이렇게만 말하면 굉장히 밋밋하게 들리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던지는 메시지가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언어 장애를 가진 엘리자는 청소노동자다. 매일 아침 일어나 계란을 삶고, 홀로 성적 욕구를 풀고, 일터로 나가는 단조로운 일상을 살지만 그녀의 일터가 1960년대 미국의 항공우주 연구센터라는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평범하지 않은 장소는 역시나 일상을 깨부순다. 한창 우주선 개발 경쟁에 열을 올리던 미국과 소련. 미국은 이 경쟁에서 한시라도 빨리 우위를 점하고자 아마존 원주민이 신으로 받들고 있다는 물 속의 희귀 생명체, 쉽게 말해 '인어'를 항공우주 연구센터로 데려온다. 

     

    평이한 일상을 살아감에도 '언어 장애'라는 단 하나의 특성으로 범인이 될 수 없었던 엘리자는 인어에 매료된다. 인어의 신비한 능력을 체제 우위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보안책임자의 학대를 받는 인어를 위로하다 자신과 닮은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인정이 아닌 차별. 엘리자가 겪은 세상이 그랬다. 고아로 태어났고 고아에게만 붙여지는 성으로 살아왔다. 이름을 불릴 때마다 매순간 고아임을 확인 받던 엘리자는 목소리까지 잃게 된다. 환경적 다름과 신체적 다름을 지닌 엘리자는 다름을 빌미로 차별을 가하는 세상에서 살아왔다.

     

    인간 세계를 만난 인어 역시 마찬가지다. 신비한 능력을 지닌 다른 생명체라는 이유로 익숙한 환경에서 격리를 당했고 낯선 환경에서 도구로 취급 당했다. 낯선 환경에 처한 인어는 말(영어)을 하지 못해 엘리자처럼 언어 장애를 가진 하등 동물로 차별을 받는다. 

     

     

    엘리자가 인어에게 느끼는 동질감은 한 장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해부 위기에 처한 인어를 항공우주 연구센터에 구출하기 위해 그의 유일한 가족, 옆집 화가 자일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씬이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잖아."라며 도움을 거절한 자일스에게 "말을 못하는 나도 괴물로 보이냐"며 반문하는 엘리자에게서 본인과 같은 위치의 생명체를 만나 정말 반가웠고, 얼마나 위로를 받았는지 여실히 느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사랑을 통해 모두가 같음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그치지는 않는 듯하다. 엘리자와 함께 인어 구출에 혼을 쏟는 가난한 화가 자일스, 엘리자와 함께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청소노동자로 살아온 흑인 여성 젤다, 그리고 소련 출신의 간첩으로 살아가며 철저한 체제의 도구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호프스테틀러 박사까지. 인어 구출에 가담하며 다름을 인정하게 된 약자들이 결국 인어 구출에 성공하는 결말을 보여주며 다양한 의지와 욕망을 가진 인간 사회에서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각성시키기도 한다. 
    아직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의 개인으로서의 다양성, 공동체로서의 다양성을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 이 영화는 '상식'이라는 바운더리를 쳐놓고 이 바운더리를 벗어나는 누군가와의 교류를 처음부터 꺼려온 내게 '곰곰히 더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를 안긴다. 어쨌든 괴생명체를 본인과 같다고 느낄 정도로 평범함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진' 사람들이 가지는 상처가 어떤지 미세하게나마 느꼈기 때문이다. 
    언젠가 모든 걸 자연스레 뒤섞는 물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그 자체로 이해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The shape of water: 사랑의 모양> 관람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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