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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소와 애증 사이
    Review/Book 2017. 4. 7. 15:38

    [이석원/달]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낯선 곳에 당도한 첫 순간의 설렘은 얼마 가지 않아 낯섦으로 변한다. 이제껏 ‘나’의 생각과 시선 속에 머물지 않았던 것들을 ‘신선’이나 ‘설렘’이란 단어와 함께 충분히 향유하고 나면 새로이 발길을 디딘 장소는 ‘나’를 품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경상남도 남해 출신인 나에게 서울이 그랬다. 나 역시 소설 속 단편의 주인공 안나처럼 난생처음 겪어보는 서울의 ‘크기’에 감복했다. 서울이란 곳에 충성했던 시기는 딱 1년이었다. 신기하다며 쏘다니던 때는 머지않아 희미해졌고 그동안 마음 한구석에 있었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새삼 마음 전체로 퍼졌다. 감동도 재미도 없었던 바다가 이상하게도 보고 싶어지는 방법으로. 6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를 읽은 순간 그것이 이방인의 감성임을 깨달았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는 고향을 떠나 타지에 몸을 뉘인 이방인들이 처절한 체념을 통해서 인생을 견뎌내는 모습을 그린다. 고독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주인공들은 타지의 타인들과 일정한 거리를 둔다. 그 거리만큼이나 작가 자신도 주인공들과 거리를 두는데, 제3자의 시선에서 주인공을 바라보는 형식에서 드러난다. 이를 두고 혹자는 작가 특유의 ‘냉소’라 말한다. 그러나 이 소설이 전작보다 따스한 느낌을 풍긴다는 평을 동시에 받는 것은 아무리 ‘고’(苦)로 점철된 인생이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을 온전히 혼자서 감당해야 할지라도, 이방인의 감정을 공유할 연대의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칫 파편적으로 보이는 6개의 단편이 마지막 단편 <금성녀>에서 연결되는 것도 ‘연대’라는 것이 우리 삶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어느 바닷가 마을, 신도시, T아일랜드 등 다른 곳에 머무는 인간들이라도 우연을 가장한 인연일 수 있다는 것. 그러니 그녀가 말하는 냉소는 인생에 대한 애증의 결과이기에 따스함과 공존할 수 있다. 마지막 장을 덮기까지 이 온기를 너무도 시린 차가움이 대신하지만 한장 한장 넘기기를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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