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2일차] 프라하, 너와 나의 사실상 1일

[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프라하, 너와 나의 1일 - Part 1. (1)

 

01/
30시간 동안 눈을 뜬 채로 정신없이 지나갔던 첫날을 뒤로하고. 

둘째 날 아침. <티파니의 아침을>에 나오는 주인공 마냥 기지개를 한껏 편 후 창문을 열었다. 빨간 지붕의 예스러운 건물과 상하지 않고 잘 보존된 돌바닥까지. 프라하성 근처에 위치한 첫 번째 숙소에서 보는 풍경은 옛 프라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이 색다르니 공기도 색달랐다. 기분이 시원하니 바람마저 시원했다.  

 

 

 

10시를 알리는 성당 종소리에 맞춰 맞은편의 호스텔에서 나오는 관광객 무리를 창문에 기대 바라보았다. 나 역시 이곳에 있다는 게, 여기에 속해 있다는 게 벅찼다. 


02/
얼른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내가 프라하에 왔다는 사실을 한껏, 몸소, 더욱더 느끼기 위해 숙소를 일찍 벗어났다. 10초도 걸리지 않는 거리,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Cafe Club Misenska를 방문하며 둘째 날, 프라하의 땅에 내 발을 맞댈 수 있었다. 

 

 

 

 

 

 

 

 

 

"프라하는 맥주지"라며 필스너 한 잔을 시켰다. 프라하의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어보자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모닝 메뉴에 없어 포기했다. 그래도 맥주 맛이 환상적이라 좋았다. 뭐든 안 좋았을까. 

희은이와 보람이와 나. 우리는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둘째 날 아침에 가야 할 곳은 명확했다. 4일간 머무를 숙소의 냉장고를 가득 채워줄 마트! 카페 주인장에게 묻고 구글맵에 의지해 TESCO에 가기로 했다. 프라하는 하늘도 예쁘고, 카페도 멋지고, 바람마저 시원하다며 조잘조잘 감상평을 쏟아내다 커피 하나를 손에 쥐고 11시쯤 길을 나섰다. 


03/
여행의 묘미는 경로 이탈이다. 본격적인 관광은 오늘이 처음이니 우린 걷기로 했다. 걷다 보니 시선을 뺏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첫 날의 일정은 온통 궤도 이탈이었다. 한 번 되짚어 봐야겠다. TESCO에 도착하기 전의 유구한 경로 이탈의 역사를. 

/Shakespeare and Sons Bookstore
출발하자마자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서 샜다. 3분은 걸렸을까. 만약 우리의 걸음걸이가 빠른 편이었다면 1분도 가능했을 테다. 어딘지 낡아 보이고, 왜인지 퀴퀴한 종이 냄새가 날 법한 이 서점은 어떤 동의도 하지 않은 우리 셋의 발을 동시에 묶었다. 

 

 

 

 

 

 

Shakespeare and Sons Bookstore는 프라하에서 외국어로 엮어진 서적을 취급하는 가장 큰 서점이다. 2002년에 시작돼 약 15년이 된 이 서점에는 2만 개가 넘는 책이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다. 외국어 서적을 취급하는 만큼 체코어보다는 영어로 된 책을 더 자주 접할 수 있지만 물론 다른 언어로 출간된 책들도 있다. 다만 그 언어가 무슨 언어인지 몰랐을 뿐. 

1층만 둘러보면 서울의 여느 동네 서점과 비슷하다. 하지만 지하로 내려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으로 치자면 "Staff Only"일 것만 같아 쉽게 접근하기 힘든 뻥 뚫린 문, 이 문을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 지하로 향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작지 않은 평수에 어마어마한 책들로 채워져 있지만 동네의 작고 소소한 서점을 만나는 느낌이다. 곳곳에 앤티크한 디자인의 1인용 의자와 은은한 조명, 그 위에 놓인 책이 그런 감성을 뿜어낸다. 쉽사리 나가기 힘들어 30분은 머물었던 이 서점에서 내가 이곳에 왔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어 25코루나 짜리 <JEWISH PRAGUE>를 하나 사서 나왔다.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