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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청춘을 낭비한다. 그리고 조금 오버한다" Talk About 공연기획자 조민규
    Article/Interview 2017. 4. 7. 15:48

    청춘 Non - Stop

    여느 고등학생과 같이 공부했다. 여느 입시생과 같이 학과를 선택했고, 여느 대학생과 같이 캠퍼스 생활을 보냈다. 그리고 취업반이 된다. 이제 수험생 시절 대입을 공부했듯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는다.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청춘은 어떤 것이었지." 생각해보면 그의 청춘은 막연한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엔 입시에 떨고 있었고, 대학생 시절엔 스펙에 쫓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청춘의 시기란 것을 깨달았고 청춘을 발견했다. 청춘 'non-stop'은 이러한 사람들을 통해 사회의 넘치는 요구를 충족시키느라 청춘을 잊고 사는 20대들에게 몇 가지 물음을 던지기 위한 것이다. 그대들의 마음에 불꽃을 터뜨릴 '청춘 non-stop'이다.

     

      
        거리 공연이 끝난 무대에서 웃음을 짓고 있는 조민규씨
      
     

    88만원 세대, 지금의 20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다. 20대를 향한 처량한 별명에 조민규씨(경영대 경제학과 3)는 동요가 없다. 전국대학생재즈페스티벌(이하 전재페) 기획단 JAM에서 일하고 있는 그의 월급은 마이너스. 돈을 받기는커녕 공연기획에 필요한 자금을 사비로 지불한다. 하지만 그의 마이너스 월급봉투에는 열정이 담겨져 있었다.
     





    전국대학생재즈페스티벌, 열정을 실현하는 무대
      코엑스에서 개최된 전재페의 본 공연이 열리는 13일에 그를 찾아갔다. 코엑스에 발을 디딘 것만으로도 20대의 열기가 온 몸에 스며들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보이는 재즈밴드들의 거리공연. 그들을 둘러싼 관객들의 얼굴엔 서로 다른 흥분이 서려 있었다. 커플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의 모습까지, 공연이 1시간 30분이나 남았지만 그들은 기대감에 부푼 표정으로 기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을 열광케 하는 축제를 기획한 조민규씨는 이 현장을 설명했다. 코엑스 입구에서부터 전재페 본부에 도착하기까지 그의 입은 한 시도 쉴 줄을 몰랐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으로 유명한 홍길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테이블보 찾으러 창고로 달려가고 부스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무대 앞에서 나타나는 그는 눈으로 따라잡기도 힘들었다. ‘아차’하는 사이 그는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계속해서 밀려드는 관객으로  붐비는 분위기 속에서 한참동안 그를 찾아다녔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닮은꼴조차 볼 수가 없었다. 결국 SOS.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반대편에서 부스를 설치하고 있는 그를 간신히 찾았다. “와, 정말 바쁘시네요”라는 말에 그는 “이게 바로 공연기획의 매력이죠”라고 답했다.


      거리공연 무대 앞, 여러 동아리들의 홍보를 책임질 부스가 드디어 마련됐다. 한국장학재단엠베서더부터 브랜딩동아리 브랜드림, 문화마케터를 꿈꾸는 컬트까지 여러 단체에서 나온 대학생들은 열띤 홍보에 한창이었다. 그들의 힘찬 목소리에 길을 가던 20대들은 발길을 멈추고 참여로 화답했다. 그 앞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은 없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성공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그의 입꼬리는 한없이 올라갔다. 조민규씨는 대학생들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의 현장에 자신의 청춘을 맡기고 있었다.
      식사 후, 다시 만난 그와 함께 전재페의 하이라이트인 ‘THE 재즈 with 콩쿨’이 시작될 코엑스 3층 오디토리움으로 향했다. 전재페에서 주관한 재즈콩쿠르에서 입상한 대학생들의 공연과 재즈색소포니스트계의 거장인 이정식의 공연이 준비돼 있었다.


      그는 기자단 덕에 공연까지 본다며 얼굴에서 연신 싱글거렸다. 공연이라 하면 신물이 날 만큼 봤을 거라 여겼는데 5개월 동안 이어온 공연기획에도 불구하고 전재페의 마지막 날, 그는 처음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투자 가치, 공연기획에서 찾다
      군대를 도피처 삼아 떠났다. 인생무상, 될 대로 되라 식으로 보낸 지난 대학생활 1년이 후회스러웠다. 제대한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제대일이 되었다. 여느 대학생과 같았던 그는 여느 군인과 같이 제대했고, 여느 복학생과 같이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시절도 이와 같았다. 여느 고등학생과 같이 공부했고, 보다 안정적인 취직을 보장해 주는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생활도 별다를 바 없었다.


      제대 후, 자격증 공부에 열성을 다하며 전공 공부에 온 힘을 다했다. 그가 말하는 '청춘'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시기에,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다. 바로 학점을 채우기 위해 수강한 ‘공연예술의 이해’ 과목이었다. 그저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이론을 받아 적으며 현장이 아닌 도서관에서 공연을 이해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교수님은 현장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수업을 이어나갔다. 공연제작자인 교수님이 들려주는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자신이 공연기획자가 된 것만 같았다. 마침내, 그는 공연기획단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시작할 때부터 학업과 공연기획을 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부터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아침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 전공 공부와 JAM에서 맡은 언론홍보 일을 동시에 하기란 슈퍼맨이 아닌 다음에야 정말 힘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이면 충분할 법한 회의도 매일 이어지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시험 전날까지 회의 일정을 잡는 단장님이 야속했다.


      부모님과 친구들은 줄기차게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며 그를 설득했다. 하지만 그는 ‘현실적’이라는 말이 도피를 위한 핑곗거리라고 생각했다. “지금 아니면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공연기획에 모든 열정을 다하고 싶었다. 마침내, 그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의 행복을 누리자’고.
     

     작성한 보도 자료를 들고 무작정 신문사에 찾아가는 무대포 정신. 하루 온종일 네이버 검색순위에 ‘전재페’를 올리느라 폐인처럼 썩어버린 얼굴에서도 느껴지는 뿌듯함. 포스터를 들고 퉁퉁 부은 발을 다독여 찾아간 홍보 현장. 사람들의 무관심과 박대에도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오기. 모든 것이 공연기획을 통해 몸으로, 마음으로 배운 것들이었다. 시행착오 끝에 그가 도착한 마지막 정류장은 공연기획이었다.



    그가 전해 준 청춘
      사회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듯 20대를 몰아붙인다. 여러 취업과 성공의 요건을 충족시키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대를 향해 청춘에 대한 정열이 없다고 비난한다.


      조민규씨는 명쾌한 해답을 전했다. 바로 ‘낭비’를 즐기라는 것! 살짝은 의아하고, 약간은 이상한 이 말엔 조민규씨 나름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 그는 ‘열정’이라는 것은 지금이 아니면 낭비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열정과 노력, 그리고 재능까지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조금 오버해서라도 바로 지금, 청춘을 즐겼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헤어지는 길에 그는 아직 청춘을 통과하는 불안한 시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기획이 그의 미래를 차지하는 행운을 누릴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공연기획을 하는 ‘그 순간’을 진정으로 즐기며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인터뷰 후, 그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바로 다시 찾아오지 않을 청춘에 대한 열정이었다.


     

     

    열창하는 밴드 Chic의 보컬 남주희씨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는 이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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