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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춘 Non-Stop Talk About NGO활동가 황은미씨
    Article/Interview 2017. 4. 7. 15:52

    우리는 사회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을 성공이라 여긴다.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자신을 ‘루저’라고 말한다. 학벌도 루저, 스펙도 루저, '루저'라는 자격지심에 하루하루가 괴롭다. 하지만 ‘루저’도 꿈은 꿀 수 있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들 능력도 있다. 그러니 ‘나도 루저’라고 당당히 말해 보자. 루저의 패기를 지켜보라고, 내 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봐 달라고 말이다.

     

    “모순적인 사회 감사합니다”

    Talk About NGO 활동가 황은미씨


      
     
      
     

      황은미씨(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 아킬레스건이었다. 학교 선생님들이며, 경쟁자로 생각했던 친구들, 심지어는 부모님까지. 그녀는 예전의 자신을 일컬어 ‘루저’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꿈에서 만큼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주위의 비웃음을 받는 ‘구조의 변혁’을 꿈꾸는 그녀는 꿈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체 게바라에 빠진 그녀의 순정 
      초·중학교 시절, 그녀는 남부러울 것 없는 우등생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열등감은 ‘공부 잘 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비평준화 탓인지 학교에는 ‘사’자 들어가는 학부모들이 득실댔다. 그 곳의 아이들에게 외국 유학에, 고액 과외는 일상이었다. 선생님들은 연신 좋은 집안을 가진 아이들에게 웃음을 건넸다. 그녀는 한 순간에 우등생에서 열등생으로 강등됐다. 그 속에서 자연스레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성적 지상주의의 모순을 몸소 체험하고 있을 때, 그녀에게 체 게바라는 한 줄기 빛이었다. 외모로 그녀의 눈길을 끈 체 게바라는 명언으로 그녀의 마음을 빼앗았다. 그녀에겐 그가 말하는 한 구절 한 구절이 모두 옳았다. “승리를 자축하는 삶을 살지 말고, 패배를 극복하는 삶을 살아라” 


      자신에게만 하는 말인 것 같았다. 체 게바라가 이루고자 하는 공산주의, 그가 방법으로 택한 혁명, 모든 것이 멋있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그가 말하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에 대한 굳은 신념을 지닌 채 선생님에게 갔다. “선생님, 왜 혁명은 이루어지지 않는 건가요?” 그녀의 뜬금없는 질문에 선생님은 공부하라는 조언으로 일관했다. ‘내가 공부만 잘했더라면 내 고민이 어린아이의 푸념으로 비춰지지 않았을 텐데’ 그녀는 차별받았다는 생각만 들었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체 게바라의 사상과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은 왜 그리 다른지 알 수 없었다. 또 한 번 선생님을 찾아갔다. 이번엔 학교 운영위원회의 비율에 대해 물었다. “학생들의 학교라고 하면서, 왜 운영위원회에는 학부모와 선생님밖에 없죠?” 그녀에게 정치외교학과를 지원해 보라는 무성의한 대답이 돌아왔다. 확실했다. 이것은 차별이었다. 


      그녀는 어느새 문제아로 찍혀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나’에서 ‘청소년’으로 시각을 넓혔다. 그녀에게는 청소년이 하루 온종일 학교에만 있어야 한다는 것부터 문제였다. ‘청소년에겐 공부뿐인가, 놀 수는 없나, 놀아도 왜 학교 안에서만 놀아야 하는가’ 그녀의 머릿속은 난리였다. 불합리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교육제도가 이상하구나’

     


    ‘나’에서 ‘주변’으로 
      한창 내적 갈등을 겪고 있을 무렵이었다. 평소 그녀의 고민을 알고 있었던 친구는 그녀에게 청소년문화동아리를 소개했다. 노래방, 백화점, 영화관과 같은 소비문화에만 치중하는 청소년들. 그녀는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녀는 각종 토론회에 나섰다. 그녀의 열정이 울분으로 변할 때도 있었다. 그 때는 ‘청소년들에게 문화는 왜 한정돼 있는가’에서 시작한 토론이 ‘우리나라는 왜 이모양인가’로 끝나기도 했다.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은 팸플릿으로 옮겨졌다. 방과 후,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그녀는 근처 고등학교로 향했다. 손에서 없어진 팸플릿들은 길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노력이 천안시 청소년 문화센터 건립으로 이어졌다. 작은 노력의 힘을 체험한 것이다.


      체험은 그녀를 이끌어주는 동력이 됐다. 힘을 얻은 열정으로 그녀는 다시금 시각을 넓혔다. ‘청소년’에서 ‘우리나라’로, ‘우리나라’에서 ‘세계’로 뻗어나갔다. 그녀가 ‘세계’로 관심을 넓히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좋은 교육 제도에 대한 사례를 찾던 중이었다. 우연히 선진국들의 교육 원조를 접하게 됐다. 개발도상국이나 빈국에게 컴퓨터를 기부하고, 학교를 세워준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원조’가 달갑지 않았다. 그들의 ‘원조’뒤에는 자본주의의 강요가 존재하고 있었다. 여전히 자본주의를 강요하며 경쟁을 부추기는 것을 원조로 가리려 하는 가식이 싫었다. 개발도상국이나 빈국이 제자리걸음 하는 원인을 제공해놓고선 도움을 주자고 선전하다니, 가당치도 않게 여겨졌다. 


      하루빨리 선진국의 손아귀에서 그들이 벗어났으면 했다. 빈국의 성공은 자국민들이 이뤄내기를 바랐다. ‘빈국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겠구나! 빈국이 빈국일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바꿔야 겠구나’ 그녀는 드디어 자신의 꿈을 찾았다. 


      그녀는 직접 나섰다. 외국인노동자를 도우는 NGO를 방문했다. 그 곳은 새로운 빈국이었다. 그들 모두 빈국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공휴일까지 강요받는 일, 의료보험은커녕 생필품 제공조차 해주지 않는 상황. 누가 이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밝았다. 맛있는 반찬에 행복한 웃음을 보였고, ‘누나’라며 그녀를 따랐다. 


      착취의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외국인노동자들. 그녀는 그들을 통해 아프리카나 남미 등지의 빈국에 있을 그들에게서도 희망을 보았다. 그녀가 찾아가서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흔쾌히 받아들일 것만 같았다. 그러자 그녀의 결심은 더욱 견고해졌다. 자신이 가해자의 편에 서 있다면 이제는 빈국의 편을 들어야 할 때라고 여겼다. 

     


    무엇이 옮은가요?
      그녀는 “진짜 ‘루저’는 사회의 기준에 따라가는 사람들이에요”라고 말했다. 자기 기준 없이 따라가기에 정신없는 그들이야말로 ‘루저’라는 것이다. 그녀는 이제 막 ‘루저’에서 탈출했다. 주위에서 말하는 성공만을 쫓아가다 이제야 사회와 주위의 기준을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은미는 현실을 몰라’라는 주위의 비웃음을 가볍게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강단도 생겼다.

     

      사회가 정해놓은 대학순위에 안절부절, 사회가 정해놓은 좋은 직장에 목숨을 거는 현실. 이런 사회에서 그녀는 ‘루저’일 수밖에 없었다. ‘노르웨이는 좋던데, 스웨덴도 안 그렇던데, 왜 우리나라만 이럴까?’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들과 우리를 비교했다. 공부보다 체험을 중시하는 사회, 의사보다 목수를 선호하는 사회, 명품보다 꽃을 아끼는 사회. 이것이 그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자신에게 되물었다. ‘우리나라 대학순위는 누가 정했지?, 좋은 직장은 누구의 기준이지?’ 그리고는 20대에게 묻는다. “사회가 정한 현실에 나를 맞춰야 할까요, 아니면 내 꿈을 현실로 만들어야 할까요?” 


      그녀는 자신이 ‘루저’였던 시절을 말했다. 원래부터 착해서 봉사동아리에 든 것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남과 다른 위대한 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누군가 꿈을 찾아준 것도 아니다. 꿈을 이루기 위한 동력을 남이 가져다주지도 않았다. 꿈을 가진 지금에도 여전히 불안하다. 그녀 역시도 기로 위에서 위태위태하다. 하지만 꿈이 있기 때문에 불안함이 덜하다고 했다. “혹시나 미쳐서 사회의 기준에 맞추려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 돌아 올 꿈이 있잖아요”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께 전했다. “차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회에 전했다. “모순적이어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전했다. “그 속에서 빠져나와줘서 고맙다” 

    글·사진 송은지 기자 ilnrv@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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