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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2일차] 굴라쉬, 스비치코파 그리고 아모리노
    Travel/the Czech Republic 2017. 12. 16. 02:16

    [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프라하, 너와 나의 1일 - Part 2. (1)



    01

    무려 3시간이었다. 


    탑승시간 3시간 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숫자겠지만 우리에겐 아니었다. 탑승 한 시간 전 공항에 도착, 부랴부랴 무사히 비행기 안 좌석에 안착했던 직전 2번의 여행에서 보건대 내 인생에서 역사적인 가치를 부여해도 괜찮은 숫자였다. 이런 과도한 의미 부여가 불행의 전초일 줄은 몰랐다. 

    탑승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본인에게는 자찬을, 서로에게는 갈채를 보내며 뿌듯해했다. 온몸으로 여유로움의 아우라를 발산하며 여행자 보험도 들고, 대한항공 발권 창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앉아 수다도 떨고, 그 사이 편한 속을 위해 화장실도 다녀왔다. 한국인이 어떤 민족인 지 망각한 채 말이다. 

    우리 특유의 느릿한 걸음으로 대한항공 티켓 발급 줄에 도착했다. '아차!' 한국인의 민족성에 '빨리'라는 글자가 차지하는 지분이 90%에 달한다는 사실을 '그날만' 망각한 우리는 서로의 눈을 보며 당황스러운 감정을 여실히 공유했다. 아마, 발급 시간 전부터 줄을 섰나 보다. 이미 발급 줄은 저녁 6시 여의도역에서 9호선 지하철을 기다리는 줄만큼 길었다. 우리는 타의로 인해, 하지만 21세기 발전에 발을 맞추는 것뿐이라고 자위하며 셀프 티켓 발급기를 선택했다. 





    셀프 티켓 발급기를 이용하면 여권 첫 페이지를 인식하거나 항공권 예약번호를 이용해 티켓을 발급받을 수 있다. (짐은 카운터에 가서 부치면 된다.) 여권을 펼쳐 엎은 채 인식기에 갖다 대면 기기가 자동으로 신분을 인식한다. 한 명씩은 물론 동시에 여러 명의 티켓을 받을 수 있다. 

    금방 사용법을 익혀 자동 발급을 시도했다. 줄을 설 필요가 뭐가 있냐, 이거 이용하면 금방이네 마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다시 여유를 되찾았다. 그런데 웬일인지 예약 정보가 뜨지 않았다. 이용 방법이 틀렸나 싶어 여권번호, 예약번호로 검색해도 마찬가지, 직원분의 도움을 얻어 여권을 얹어봐도 매한가지였다. 탑승 한 시간 반 전. 점차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 성과 이름을 바꿔서 예약하셨네요."

    결국 셀프 티켓 발급기의 이용 방법을 설명해주는 분께 도움을 청한 우리는 대답을 듣자마자 빨갛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우리의 예약 정보가 인식되지 않았던 이유, 바로 성과 이름을 바꿔서 예약했다는 사실. 스멀스멀 얼굴로 표현되는 부끄러움을 애써 누르며 내뱉은 한 마디. "어떡하죠?" 승무원이 알려준 해결책은 부끄러움을 수치심으로 발전시켰다.

    ①성과 이름이 바뀐 채 발급받은 티켓을 카운터로 들고 가 상황을 설명해 수기로 수정을 받을 때 한 번, ②옆으로 옮겨 짐을 부칠 때 또 한 번, ③심지어 이 절차는 왜 하라고 했는지 아직도 이유가 분명치 않지만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 이름 모를 카운터에 가서 또 한번. 장장 3번의 과정에 걸쳐 우리가 실수한 부분을 설명하고 사인을 받으라는 것이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고, 부끄러웠고, 애써 '역시 우리야'라고 위로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프라하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돌아올 길이 아득해 달려간 인포메이션의 그분은 "It doesn't matter"라며 유럽 쿨내를 한껏 풍겼다. 땅콩은 도대체 우리한테 왜 그랬을까, 의문을 남긴 채.... 









    02/

    20시간 전까지만 해도 조금은 무른 준비성이 해를 끼쳤는데, 프라하에 도착하니 뜻밖의 기쁨을 주었다. (Part 1. 참고) 준비 없는 여행의 기쁨을 만끽한 후 TESCO에 무사히 도착한 우리는 요거트, 빵, 소세지, 파스타, 물 등 집히는 대로 샀다. 아, 그래도 예산은 고려했다. 3일 간의 일용할 양식과 함께 다시 프라하성 근처, 미젠스카의 우리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 잠시 쉬다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첫째 날 저녁, 둘째 날 점심을 한국에서도 쉽사리 접할 수 있는 서양식으로 해결했으니 다음 식사는 체코의 전통 음식을 먹기로 했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손가락을 재빨리 놀려 찾은 체코의 전통 식당은 U Schnellu restaurant. 한숨 푹 잔 뒤 산뜻한 몸을 이끌고 집에서 단 5분 거리의 식당으로 출발했다. 





    스비치코바, 굴라쉬, 그리고 어떤 밥을 시켰다. 많이들 모르는 스비치코바, 많이들 아는 굴라쉬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보자. (미안하지만 어떤 밥에 대해서는 패스한다.) 



    /많이들 모르는, 스비치코바(Svíčková) 별점: 


    스비치코바는 대표적인 체코 가정식이다. 굴라쉬, 꼴레뇨에 비하면 한국 사람들에게 유명하지는 않다. 굴라쉬, 꼴레뇨, 스비치코바 모두 체코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인데 굳이 분류를 하자면 꼴레뇨는 요리의 느낌이 세고, 스비치코바와 굴라쉬는 간편한 가정식 느낌이 강하다. 


    삶은 소고기 안심에 크림소스를 끼얹은 음식인 스비치코바은 보통 체코식 찐빵(dumplings) '크네들리키(Knedliky)'와 함께 곁들인다. 유럽을 자주 오갔던 사람이라면 유럽 특유의 짠맛을 익히 알 것이다. 혹은 느끼하거나. 대부분의 음식에서 느껴지는 맛이라 나와 같이 전형적인 한국인 입맛을 가진 이들에겐 맞지 않다. 하지만 스비치코바는 짜지도 느끼하지도 않다. 소고기의 식감은 부드럽고, 크네들리키는 쫄깃하다. 소스는 크림 베이스라 그런지 다소 텁텁하다. 소고기 안심에 크림소스, 그리고 빵의 조합이라 하니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맛일지도 모르나 의외로 처음 경험하는 맛이라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맛있다. 라즈베리 잼과 생크림을 함께 찍어 먹으면 화룡점정이다. 


    /많이들 아는, 굴라쉬(Goulash) 별점: 

    엄밀히 말하면 굴라쉬는 헝가리 음식이다. 기원을 살펴보면 헝가리에서 9세기부터 목동으로 활동하던 이들이 식사 시간을 줄이고자 야외에서 끓여 먹던 음식이라 한다. 목동의 음식으로 시작한 굴라쉬는 이후 상류층의 식탁과 서민층의 식탁을 오가다 19세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탄생하자 오스트리아에도 알려졌다. 

    굴라쉬가 유럽 전역에 대중화된 계기는 슬프면서도 당연하다. 독일 민족을 주축으로 폴란드인, 체코인, 이탈리아인 등 다민족이 함께 모여 살았던 왕국이 바로 오스트리아 제국이었다. 이 제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처절히 패배하며 영토 일부는 세르비아, 루마니아, 폴란드, 이탈리아 등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영토마저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로 각각 독립하자 현재의 국가 형태로 재편된 서유럽 & 동유럽에 굴라쉬가 알려졌다. 

    체코는 어떻게 보면 굴라쉬라는 타민족의 음식을 수입했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굴라쉬를 개조했다. 지금은 마트의 한쪽 코너를 굴라쉬 소스로 가득 채울 정도로 대중화된 가정식이다. 체코의 굴라쉬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야채를 으깬 국물을 자글자글하게 졸여 고기와 함께 그릇에 담아내는 형식의 굴라쉬, 그리고 하나는 야채를 으깨 만든 걸쭉한 국물에 고기가 담겨 나오는 수프 형식의 굴라쉬다. 굴라쉬에도 역시나 크네들리키를 곁들인다. 

    우리나라의 김치찌개 마냥 전 유럽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이지만 내게는 별로다. 3년 전의 첫 경험에서도,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너무 짜다. 국물은 두말할 것도 없고 그 안에 담긴 큼직한 고기에도 짠맛이 깊게 스며 있다. 유럽  특유의 그 짠맛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아마 입맛에 잘 맞을 것이다. 






    스비치코바 덕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쳤지만 조금은 짭짤한 여운이 남겨진 입맛을 달래고자 Amorino로 향했다. Amorino는 젤라또 전문점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유럽 전역은 물론 미국 뉴욕까지 진출한 Amorino는 체코에서는 딱 한 군데,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까를교 근처의 금싸라기 땅에 위치해 있다. 



    Paolo Benassi : "Our objective is to make the highest quality gelato as naturally as possible with no artificial colours or flavourings".


    Amorino 공동 창업자인 Paolo Benassi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Amorino 젤라또에는 인공 색상이나 조미료가 가미되어 있지 않다. 자연스러운 맛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긴다는 Amorino에서 우리는 초코와 바닐라, 망고와 딸기 맛을 택했다. 보통은 3가지 맛을 콘에 담아 먹는다. 우리는 그냥 컵에 담아 먹었다. 레귤러 사이즈가 120코루나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한화 6,000원) 초코맛과 바닐라 맛은 괴앵장히 만족스러웠다. 





    사실 체코에서는 Amorino보다 Angelato(엔젤라또)가 더 유명하다. "Top Spot for gelato in Prague" 아니면 "Best Place for gelato in Prague"를 치면 항상 1위로 소개되곤 한다. Amorino와 비교했을 때 더욱 감동을 일으키는 맛이라 들었지만 우리는 굳이 Angelato를 찾아가지 않아 맛을 보지는 못했다. 다음에는 Angelato로 가야겠다. 그래도 별점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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