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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2일차] 카를교와 프라하성 야경
    Travel/the Czech Republic 2017. 12. 16. 14:31


    03/
    든든한 배를 안고 카를교로 향했다. 그렇게 예쁘다는 프라하 노을과 야경을 보기 위해서다. Amorino에서 젤라또를 기다리느라 노을이 지는 과정을 내내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야경으로도 충분했다. 사진으로 그 야경을 곧이곧대로 담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야경을 보기 위해 카를교로 모인 인파는 엄청났다. 다히도 브릿지 난간에 자리를 잡아 여유롭게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열심히 셀카를 찍어대다 한동안은 말없이 야경을 감상했다. 


    Walter Mitty: When are you going to take it?

    Sean O'Connell: Sometimes I don't. If I like a moment, for me, personally, I don't like to have the distraction of the camera. I just want to stay in it.

    Walter Mitty: Stay in it?

    Sean O'Connell: Yeah. Right there. Right here.


    엄청난 인파 속에서 우리만의 시간을 온전히 가졌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기억을 되돌려보면 시공간이 달랐던 듯한 느낌이다. 혼자서 야경을 감상하다 때로는 우리의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시간은 열두시가 되었다. 주변의 엄청난 인파도 자정을 넘긴 시간도 상관없다는 듯이 우리만의 세상에 있다 보니 계획에도 없던 프라하성 등정을 굉장히 쉽게 결정했다. 



    프라하성에 오르기 전           아무 걱정 없는 내 모습



    04/
    아침부터 부지런히 관광을 즐겨 적당히 지친 우리는 술을 마시지도 않았지만 미쳐 있었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겁도 없이 프라하 성을 오르기 시작했다. 











    프라하성으로 가는 길은 등정이라 할 만하다. 조금 가파르고 돌길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조금의 힘듦을 느낄 새 없이 어느새 프라하성에 도착했다.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라 크게 힘든 줄 몰랐던 것도 있지만 프라하성을 오르는 길에는 소소한 펍들이 많다. 주변에 호스텔이 많아서 (사실 프라하성 근처에 숙소를 잡는 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딱 프라하성에서만 가깝고 다른 관광지랑은 멀다.) 주로 외국인들이 많을 것 같았는데, 외관상으로 보기에는 현지인이 주요 고객인 것 같았다. 


    걸음마다 지나치는 조그마한 문을 통해서 12시를 넘은 시각까지 펍에 모인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프라하성 등반을 마쳤다. 


    아쉬운 점은 살짝 흥분되고 정신이 없었던 탓에 사진을 거의 남기지 못했다. 기억나는 건 립싱크로 노래하던 그 Singer. 처음엔 라이브로 착각하고 노래를 들으며 감성에 젖어 있었는데 이내 립싱크인 걸 간파하고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모른다. 나의 감성도 깨진 채.












    05/

    한껏 고조된 기분의 마침표 격으로 우리는 집에서 술을 마셨다. 희은이가 만들어준 파스타, 굴라쉬(아주 쉽게 요리가 가능하다. 레스토랑보다 희은이가 만들어준 게 훨씬 맛있었다)에 와인과 맥주를 곁들였다. 




    20살, 갓 성인이 되었을 때 만나 서로의 철없던 시절을 함께한 우리는 이제 사회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식인지 아닌지, 참아야 하는지 아닌지, 나는 잘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그리고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언젠가 대화 테이블의 주제가 바뀔 거라 예상만 했다. 하지만 7~8년 전만 해도 우리의 대화 주제로는 끼지도 못했던 대화를 나누니 조금은 슬펐다. 


    Dear. My friends 

    갑자기 생각이 나서 편지를 쓴다. 우리의 프라하 여행을 되새기다보니 대학 시절까지 생각나는구나. 나와 함께 조별과제를 해줘서 정말 고맙다. 나였으면 버렸을 거야. 경제학원론 시험 당일, 너네 시험 빨리 치고 스쿠터 타고 전날 밤새 원피스 보느라 시험을 포기한 나를 데리러 와줘서 고맙다. 내가 수업을 가지 않으려 할때마다 같이 가자고 해줘서 고맙다. 


    나의 철없던 시절을 알고 변해가는 모습을 세월의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여주고 서로의 고민과 속을 그대로 내비치면서 함께할 수 있는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


    한창 이야기를 나누다 지쳐 잠시 침대에 누웠다. 스르르 잠기는 눈에 새벽 3시 경 카를교로 향하는 희은이의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담고 잠에 빠졌다. 그렇게 둘째 날이 지나갔다. 





    다음편은 프라하 3일차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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