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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3일차]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Travel/the Czech Republic 2017. 12. 16. 20:31

    [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프라하, 너와 나의 3일 - 나에게 여행이란


    사람마다 욕망을 분출하는 통로는 하나씩 있다. 내겐 여행이다. 


    01/

    내가 좋아하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월터는 <LIFE> 잡지사에서 16년을 보내고 있다. 16년 째 필름 사진을 현상하며 감흥 없는 삶을, 단조로운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그가 지루한 일상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다. '상상'이다. 현실에서는 이룰 수도, 저지를 수도 없는 일들을 상상하며 욕망을 분출한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 <젤리피쉬 - 고산병 입문>의 주인공 남자는 4년 간 전업 주부로 일하고 있다. 한국의 정서상 본인이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주부로 머무르는 남자의 자존감과 존재감이란 희미할 것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젤리피쉬 주인공에게는 그렇다.) 그는 자신의 갈망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존재감이 바닥을 치는 놈일수록 마음속에 설산을 품고 산다"며 에베레스트로 향한다.




    월터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고산병 입문의 주인공 남자는 존재감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나는 왜 여행을 떠날까. 욕망을 분출하기 위한 통로인 건 맞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일상이 못마땅한건 아니다. 사실 꽤 좋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왜 항상 여행하고 싶을까. 나는 한번쯤 외국에서 일상을 살아보고 싶다. 언제일지 모르는 미래에 적어도 1년은 떠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으니 이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질때마다 여행이란 대체재를 원하는 것 같다. 해외 땅이라도 밟아 보자는 심정. 첫 여행 중국, 두번째 일본. 이때까지는 내가 왜 여행을 떠나고 싶은지 잘 몰랐다. 세번째는 벨기에, 체코, 독일 베를린으로, 네번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다섯번째는 홍콩으로, 그리고 여섯번째로 프라하 여행까지.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그곳에서 조금이라도 '일상'을 경험해보려 했다.  


    세번째 여행에서는 거리의 가로등이 점멸하는 시간까지 배회했고, 그랬던 날이면 다음날 숙소에서 나오지 않았다. 네번째 여행에서는 현지인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그들과 함께 트램, 버스, 지하철을 탔다. 다섯번째 홍콩에서는 직장인 밀집 지역인 센트럴 일대를 탐방했다. 얼굴은 땀으로 흥건해지고, 발은 물집이 돋아날 때까지 걸어 다녔다. 여섯번째 여행 프라하에서 내가 선택한 일상은 지금 생각하니 웃기긴 한데, 조깅과 아침 빵 구매하기다. 



    /조깅하기 

    희은이가 카를교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친구들은 한창 잠을 자고 있었고, 나는 한국에서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조깅을 해보려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나름 한국에서 운동복도 챙겨왔다. 지금 의문이 드는 건 한국에서 운동을 하지 않는데 내가 왜 운동복을 샀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프라하에 여행을 온 덕분에 골동품이 될 뻔 했던 운동복을 처음으로 개시했다. 



    집을 나왔다. 프라하에서 조깅이라니! 뿌듯한 기분으로 Cafe Mizenska를 나서니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며 조금씩 뛰었다. 같은 시간에 조깅하는 현지인을 보며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보슬보슬하던 빗줄기가 드세지자 30분 만에 집으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아침 빵사기

    프랑스 영화를 보면 매일 아침 갓 구운 빵을 사러 나가는 현지인의 모습이 나온다.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사실 조깅을 끝내고 빵집에 들를 예정이었지만 비가 내리는 바람에 집에 들어와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비가 그칠 때쯤 친구들이 잠에서 깨기 시작했다. 새벽 카를교를 종횡무진 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은 희은이는 놔두고 보람이를 데리고 프라하 빵 프랜차이즈 BAKE SHOP에 갔다. 









    이 맥주는 별로였다.



    빵을 사서 돌아오자 희은이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 살림을 담당했던 희은이한테 받은 용돈으로 사온 빵, 어제 TESCO에서 사온 재료로 희은이가 요리한 스크램블과 스프, 그리고 요거트를 곁들였다. 디저트로 과일까지 완벽했던 아침 식사. 뱃가죽도 두터워졌으니 열정적으로 관광할 채비를 시작했다. 








    Dear. My Friends 

    안녕 친구들아. 갑자기 또 고마운 게 생각난다. 빵 사러 갈 때 같이 가줘서 고맙다 신보람. 빵이랑 같이 먹을 맛있는 아침밥 해줘서 고맙다 박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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