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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6일차] 카페, 카약킹, 그리고 사요나라 핸드폰
    Travel/the Czech Republic 2018. 1. 1. 01:47




    06/ CAFEFIN이자 Pho Vietnam Tuan & Lan


    며칠 전 어이없는 실패 후, 우리는 쌀국수 먹기 기행을 어떻게든 성공해내기로 마음 먹었다. 현재 위치에서는 가장 가까웠지만 그래도 Play bag에서 자못 거리가 있는 그 곳, Pho Vietnam Tuan & Lan으로 향했다. 


    여유롭게 걷다 도착하자마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얼핏 봐서는 베트남 레스토랑임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카페의 경관이다. 게다가 간판을 확인한 순간 판사가 내려치는 재판봉의 쾌활하고도 반복적인 그 소리가 내 귀에서 선명하게 들렸다. "CAFEFIN", 진짜 카페였다. 


    '아닌데, 구글맵에서 확인한 현재 위치는 바로 이곳인데' 


    쌀국수를, 볶음밥을, 하다못해 스프링 롤이라도 먹고 있는 그 누군가를 찾기 위해 내부를 살며시 들여다보니 모두가 커피를 마시고 있다. 오래 걸었는데 다시 베트남 레스토랑을 찾아 여정을 떠나야만 하는지 고민하던 찰나에 다행히 우리 중 누군가가 CAFEFIN이라 적힌 간판 옆에 Pho라는 글자를 발견했다. 게임 오버라 생각했던 우리는 안도의 탄식을 내뱉으며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 MISSION COMPLETE! 





    이곳은 Pho Vietnam Tuan & Lan이 베트남 레스토랑 겸 카페로 운영하는 매장이다. 보통의 Pho Vietnam Tuan & Lan은 stand-up, takeaway 매장으로 운영된다. Prague 2에 위치한 이 매장만 특별히 카페와 함께 운영되기 때문에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글에서 알 수 있듯이 체코엔 굉장히 많은 베트남인이 산다. 당연히 베트남 레스토랑도 많다.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만큼 맛이 복불복이라 한다. 개중에 하나인 Pho Vietnam Tuan & Lan은 베트남 이민자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중 포디움에 드는 레스토랑이다. 대부분이 스탠드업, 테이크어웨이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곤 하나 런치타임이면 사람이 몰려 긴 줄이 형성된다. 다행히 식사 시간이 지나 우리는 들어서자마자 테이블에 앉았다. 


    내부로 들어서니 역시나 베트남 레스토랑보다는 카페의 느낌이 강하다. 외관도 그랬지만 내부 인테리어 역시 한국에서 보던 베트남 레스토랑과 확연히 다르다. 내가 경험해 온 세계에서는 베트남 레스토랑이라 한다면 초록색 혹은 노란색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곳의 외관은 전체적으로 강렬한 빨간색에다 내부는 산뜻한 비비드 컬러로 채워져 있다. 좁은 식견에 베트남 레스토랑일거라 상상도 못했나보다. 


    가장 눈에 띈 건 사면 중 한면은 길이의 2/3를 창문으로 터놓았고 창문이 끝나는 지점엔 동양의 미로 디자인된 쿠션과 함께 벤치형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는 점. 레스토랑과 카페를 겸한 공간이라 그런지 창틀에 걸터 앉아 오손도손 이야기를 즐기거나 벽에 등을 기대 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 같다. 




    우리는 바로 주문에 나섰다. 특별히 테이블이 있는 매장이긴 하지만 주문은 카운터에서 해야 한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람 수에 맞춰 세 가지 메뉴를 시켰고, 사람 수에 맞춰 세 가지 음료를 시켰다. 사이공 두병과 베트남 코크 하나. 


    다른 건 그다지 기억나지 않지만 볶음 누들 위에 있는 짜조는 가히 극찬할 맛이었다. 속이 꽉차 있으니 곱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왔고 튀긴 음식임에도 육즙이 꽤나 충분했다. 다른 음식은 다 맛있었는데, 고수를 빼달라는 말을 까먹은 게 최대 패착이었다. 고수를 골라내느라 제법 고생한 기억이 난다. 






    07. Cafe Letka 

    감히 부탁한다. 이곳에 방문한다면 절대로 책과 카메라를 까먹지 마시라. Cafe Letka는 카페지만 커피나 베이커리뿐만 아니라 공간을 소비해야만 하는 장소다. 


    Cafe Letka는 3일차 여행기에서 자세히 다룬 적이 있는 홀레소비치(레트카) 지역에 위치해 있다. CAFEFIN에서 트램으로 자그마치 20분이나 걸린 곳이다. (프라하에서 트램으로 20분이라면 제법 긴 거리다.) 트램에서 내린 뒤 잠깐 DM으로 샜다가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 


    길게 쭉 뻗은 거리에서 코너를 돌자마자 아치형 출입문을 발견할 수 있는데 자세히 살피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칠 지도 모른다. 흡사 '나 열지 마소!'라고 말하는 듯하다. 아마 내게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아치형 출입문이란 입장할 수 있는 통로로는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고, 출입문의 분위기가 사람 사는 아파트먼트의 문처럼 생기기도 했다. 살짝 지나친 우리는 구글맵을 통해 지나쳐서는 안될 문이라는 걸 알아챘다. 마음을 연 사람에게만 입장을 허락하는 듯한 어두운 색상의 출입문을 용기 있게 밀고 들어가니 무사히 Cafe Letka를 발견했다. 




    어두운 빨간색의 아치형 출입문을 거쳐 또 하나의 검은 문을 열면 외관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겹겹이 쌓인 감동을 가지고 이 공간에 들어오길 원했던 주인장의 의도였을까. 문을 열자마자 고전풍의 인테리어에 감탄하게 된다. 길게 뻗은 공간, 높은 천정이 현대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전체적인 파스텔톤 인테리어가 안정감 또한 안겨준다.


    Cafe Letka는 잘 인테리어된 카페다. 직전에 들렸던 CAFEFIN과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CAFEFIN이 채도가 쨍한 느낌의 비비드 컬러로 기본 베이스를 구성했다면 Cafe Letka의 전체적 느낌은 파스텔 톤이다. 하지만 곳곳에 형광색으로 포인트를 뒀다. 창가를 이용한 점은 비슷하다. CAFEFIN과 같이 Cafe Letka의 한쪽 벽면 역시 창문이다. 다만 창문 사이사이의 큰 벽이 공간을 나눠 군중 속 고독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사람이 많았다. 자칫하면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나갈 뻔 했다. 고맙게도 큰 바 테이블에 앉아 있던 분이 자리를 살짝 옆으로 비켜줘 우리 셋의 머물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감사 인사를 전했고, 맥주 세잔을 시켰다.


    주문한 맥주가 나오자 창가에 앉아 있던 커플이 자리를 비웠다. 나는 그들이 나가는 걸 확인한 후 창가로 옮겼다. 아쉽게도 책을 챙기지는 못했지만 창가에 걸터 앉아 셀카를 찍고, 일회용 카메라로 내부도 찍어 보고, 출입문 옆 선반에 비치된 팔찌를 구경하는 친구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어느덧 저녁이 내려 앉았다. 보람이는 밀린 빨래를 하러 집으로 먼저 떠났고, 나와 희은이는 예약한 카약킹 장소로 향했다. 


    희은이와 내가 예약한 카약킹은 저녁 노을이 지는 시간, 블타바 강을 가로지르는 코스였다. 가까스로 6시까지 도착해 곧바로 옷을 갈아 입었다. 해가 뉘엿해질 때의 그 순간을 포착하고 싶은 욕망에 나는 기어코 핸드폰을 들고 카약에 올라 탔다. 카약킹은 처음이라 사진은 찍을 수 있을 줄 알았고, 얼마나 힘들 지는 몰랐다. 


    희은이는 카약킹을 해본 경험이 있어 쭉쭉 나갔다. 카약킹이 처음이었던 나는 왼쪽과 오른쪽 노의 감을 익히느라 고전했다. 예정된 코스의 1/4 쯤, 그러니까 시작점에서 강가를 오른편에 두고 쭈욱 가다 180도로 방향을 틀기 직전까지는 고생했다. 


    이후 우리는 반대편으로 강을 건너 오던 길로 다시 나아갔다. 강가에 걸터 앉아 맥주 한잔을 하는 이들을 구경하다 물살이 강한 곳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했다. 카약을 들고 강의 기슭으로 옮기기도 했고, 블타바 강 중간에서 강사가 직접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재밌었지만 갖은 고생이었던 활동이 끝나자 내가 핸드폰을 가지고 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방수팩 안에 고이 모셔놨음에도 열정적인 노젓기 탓에 카약으로 들어온 물에 잠겨 핸드폰이 먹통이 된 사실 또한 깨달았다. 




    방전된 거겠지, 드라이로 말리면 되겠지‥ 희망과 꼴레뇨를 안고 집을 돌아왔다. 심지어 부서질 듯한 몸을 이끌고 장도 봤다. 심지어 희은이는 드러누울 법한 몸을 일으켜 요리도 했다.


    다음날 내 일정은 베를린이었다. 3년 전 프라하 다음으로 갔던 베를린에서 좋은 시간을 함께 보냈던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다. 이미 기차표도 예약해놓은 상태였다. 행복한 기분만 안고 잠들었던 지난 5일. 오늘만큼은 베를린행에 대한 걱정으로 잠에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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