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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크로아티아] 구시가지 관광 - 스톤 게이트, 성마르크 성당, 메슈트로비치 아틀리에, 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그릭 터널(Gric Tunnel)Travel/Croatia 2019. 5. 4. 20:21
04. 여행자에게 관광은 진리 구시가지의 입구, 스톤 게이트(Stone Gate)로 걸음을 옮겼다. 스톤 게이트엔 특별함이 있다. 1731년 발생한 큰 화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그림을 지금까지 보호한다. 불 속에서 온전히 형체를 보존한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그림을크로아티아 인들은 신의 가호로 해석했다. 그들의 보존은 순례자들의 발길을 모았다. 비가 그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은 쌀쌀한 날이었다. 오로지 스톤 게이트의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그림의 주위만 그를 둘러싼 촛불로 온기가 돌았다. 화재 이후 스톤게이트 안의 한쪽 귀퉁이에 마련된 제단에서는 몇몇 이들이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제단은 돌이 하늘을 가리고 있는 문 안쪽에 자리 잡아 대낮에도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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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크로아티아] 구시가지 투어 - 자그레브의 아침과 로켓버거Travel/Croatia 2019. 5. 4. 19:33
01. 자그레브의 아침 집 안에 있더라도 창문 밖 풍경이 다르니 기분도 다르다. 다른 풍경에서 새어 들어오는 햇살은 왠지 모르게 더 청초히 빛나는 것 같다. 해야 할 일도, 가야 할 곳도 없는 아침은 여유롭다. 시차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괜스레 일찍 일어났다. 언제든 내가 원할 때 다시 잠들 수 있다는 안도감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자고 있는 희은이를 깨워 라면을 하나 끓여먹은 뒤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자그레브 한복판에 위치한 숙소에서 듣는 길거리의 웅성거림은 빨리 자그레브의 활기를 느끼러 나오라는 메시지 같았다. 02. 직장인이 여행하는 법 뇌라는 공장을 일주일에 다섯 번은 꼬박 돌린 값으로 한 달에 한번, 월급이란 대가를 얻는다. 균일하게 돌아가는 이 생활이 가끔 숭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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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크로아티아] 탐험, 신비의 세계! - 자그레브Travel/Croatia 2019. 5. 4. 14:25
01. 탐험, 신비의 세계 크로아티아는 내게 신비의 세계다. 발칸 반도나 아드리아해처럼 크로아티아를 감싼 이름이 주는 낯섦도 분명 한 몫을 했겠지만 세계사를 다룬 책 속에서나 대학 시절 수업 속에서나 접한 구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일부였던 나라라는게 신비함의 9할은 차지했다. 가 대한민국 곳곳에 전달한 자연의 경이로움보다는 연방에서 독립한지 3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그들은 어떤 변화 속에서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내겐 머나먼 과거의 역사처럼 느껴지지만 전쟁의 아픔과 극복은 그들에게 '현재'이기 때문이다. 이 궁금증을 충동적으로 풀 수 있게 도와준 대한항공에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직항을 만들어주고, 프로모션을 해줘서 고맙다. 02. 여독을 푸는 건, 여행 첫날도 마찬가지야. 여행을 마친 뒤에만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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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8일차] SEE YOU AGAIN,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밤.Travel/the Czech Republic 2019. 3. 31. 19:15
01/ 핫 스팟 추천. Bohempia 좋아하는 일도, 사랑도 언젠가 권태가 찾아오기 마련인데 쇼핑은 아니다. 반복적인 행위지만 항상 새로운 것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 그런가 싶다. 프라하 여행 내내 쇼핑을 즐겼지만 가시지 않은 쇼핑욕은 8일차 아침부터 빛을 발했다. 대마가 과연 인간에게 이로울 수 있을까? Tomáš Rohal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가 제시한 답은 'YES'. 그는 Bohempia를 창업해 근거를 제시했다. 마약으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는 대마는 사실 인간 친화적(?)이다. 대마로 만든 원단은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하다. 심지어 피부의 주적인 자외선을 차단하는 역할도 겸한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대마의 이로움을 티셔츠, 후드, 양말, 신발 등 각종 의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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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키즈]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의 치열한 대결 속에서 외치다 - FUCK IDEOLOGYReview/Movie 2019. 1. 6. 21:19
/어두운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 중에서 신파 없는 슬픔을 느꼈던 영화를 오랜만에 만났다. 1951년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국내 최대 규모의 거제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 . 공산주의, 자유주의, 국가와 개인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레 연상시키는 이 배경설정은 흔히 주지적인 메시지로 마무리되곤 했다. 하지만 는 국적과 이념, 인종이 다른 등장 인물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춤'이라는 설정을 만나 진부하지 않게 다가온다. 수만 명의 조선인민군과 중공군 사이에서 말썽쟁이로 유명했던 주인공 로기수가 감금에서 풀려나 돌아온다. 경쾌한 그의 발걸음에 박자를 맞추는 포로들의 박수 소리가 이어지는 동안 포로수용소 소장 사무실에서는 한창 댄스팀 창단을 논의 중이다. 자유 송환을 주장하는 반공포로와 자동 송환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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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과 이타심의 공생관계 (2)Essay/Essay 2018. 11. 18. 17:09
/미세한 변화와 거대한 결과 급식비 미납 명단이 불리던 그날도 진희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다. 조회 시간 말미에 잠깐 따라 나오라는 선생님의 말을 제외하고는 평소의 풍경과 같았다. 더 이상 비참한 감정에 내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진희는 평소와 다른 선생님의 관심에 불안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으로 선생님을 따라 나설 뿐이었다. “김진희, 여기 근처 성민교회에 다니냐?” “아뇨” “그래? 뭐 어쨌든 거기 목사님이 너 급식비 내줬다. 앞으로 계속 내주신다니까 고맙게 생각하고 오늘부터 밥 먹어라. “ “네? 네.” 모르는 교회였고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굳이 힘을 들여 누군지 알고 싶지도,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원했던 것도 아닌데. 감사함을 느껴야 할 이유를 알지 못했다.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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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과 이타심의 공생관계Essay/Essay 2018. 11. 18. 16:56
/소심한 비밀 살만해진 진희가 말했다. 아프리카나 중남미에 사는 가난한 아이한테 후원해볼까 싶다고. 채원은 급작스레 튀어나온 대화 주제에 마시던 술잔을 내려 놓았다. 갑자기 무슨 소린가 싶은 표정으로 진희를 응시했다. 생각지도 못한 채원의 반응에 멋쩍은 웃음을 지은 진희는 자신감을 잃은 투로 중얼댔다. "아니 뭐, 원래부터 생각은 있었어. 경제적 여유가 없었을 때야 뒤로 제쳐둔 것 뿐이고... 이제는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건데..." 채원은 그래, 네 마음이지 뭐, 왜 이렇게 눈치를 봐, 라고 말하곤 한동안 잔에 머물러 지루했을 술을 비웠다. 말은 퉁명스레 했지만 진희의 속마음을 들은 채원은 놀랐다. 번 돈은 모두 저축한다는 철칙과 지출은 적을수록 좋다는 신념을 만날 때마다 몸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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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전에 청하 - 추억을 안주 삼는 혼술Essay/Essay 2018. 9. 26. 19:58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 집 근처의 파전이 떠올랐다. 더위가 가신 자리를 쌀쌀한 공기가 채운 요즘 날씨. 급격한 온도차를 감쌀 파전의 연기가 고팠나 보다. ‘파전하면 막걸리’. 거스를 수 없는 공식이라는데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최근에 새로 발견한 조합도 의외로 괜찮다. ‘파전에 청하’다. 기름을 먹은 파전의 느끼함을 청하의 깔끔함이 쓸어내리는 기깔난 조화에 빠졌다. 포장마차에 들러 해물파전 한 장을 포장하고, 편의점에 들려 청하 한 병도 봉지에 담았다. 집에 도착해 파전을 베어 물고 연이어 청하를 들이키니 불현듯 청하와 관련된 추억이 떠올랐다. 나의 친구 A모 씨는 청하를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청하의 뚜껑을 좋아한다. 아니다. 더 정확하게는 다 마신 청하의 뚜껑을 모아 한 줄로 걸어놓는 걸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