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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7일차] 체코슬로바키아의 옛 흔적이 남은 공간,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에 대해서Travel/the Czech Republic 2018. 5. 7. 16:43
04/또 한번 쇼핑의 늪으로 팔라디움에 다시 들린 건 언젠가부터 내 관심을 앗아갔던 익숙한 페미닌룩 스타일의 낯선 브랜드, orsay 때문이다. 프라하 4일차, 첫 만남은 은은했지만 여운은 강렬했던 orsay에 7일차 쯤 다시 찾으니 역시나 '그' 옷을 하나 더 사야한다는 마음을 굳혔다. 옐로우(yellow)톤 베이스에 그린(green)톤이 가미된 큐트하면서도 페미닌한 슬리브리스 블라우스. (패션잡지톤 코스프레) 이미 하나를 사고 난 뒤, 약 사흘 간 이 블라우스가 나보다 더 잘 어울릴 누군가가 떠올랐다. 선물을 하자니 나도 갖고 싶고, 나만 갖자니 그 친구가 더 어울릴 것 같고. 고민 끝에 선물 용으로 하나 샀다. 같은 회사라 이 옷을 입는 날에는 꼭 서로 얘기하자는 당부를 잃지 않았다. 카프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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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 Advertising]네이티브 애드가 진짜 네이티브해야 하는 이유Web Insight/네이티브 광고 이야기 2018. 4. 26. 15:13
1/ 네이티브 광고의 등장 '네이티브 광고(Native Advertising)'.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의에 따르면 다양한 서비스의 자체 디자인에 어울리게 '자연스러운' 포맷으로 제공되는 광고를 말한다. 온라인 웹페이지를 뒤덮은 광고를 향한 사용자들의 거부감이 가시화되자 2010년 이후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네이티브 광고는 어떻게 기존 광고를 대체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주목받게 됐을까. 네이티브 광고가 사용자의 거부감을 해소하는데 그쳤다면 해결책의 위상을 가지지는 못했을 거다. 결정적인 이유는 배너 광고의 클릭률 하락, PC에서 모바일로 대거 이동 클릭 모수라는 두 가지 환경적 변화에 적절히 대처한 광고 형태로 결국 성과와 효율을 인정받아 주요한 수익원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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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pe of Water] 농아와 인어의 사랑 이야기Review/Movie 2018. 4. 25. 03:22
/ The Shape of water는 농아와 인어의 사랑 이야기다. 이렇게만 말하면 굉장히 밋밋하게 들리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던지는 메시지가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언어 장애를 가진 엘리자는 청소노동자다. 매일 아침 일어나 계란을 삶고, 홀로 성적 욕구를 풀고, 일터로 나가는 단조로운 일상을 살지만 그녀의 일터가 1960년대 미국의 항공우주 연구센터라는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평범하지 않은 장소는 역시나 일상을 깨부순다. 한창 우주선 개발 경쟁에 열을 올리던 미국과 소련. 미국은 이 경쟁에서 한시라도 빨리 우위를 점하고자 아마존 원주민이 신으로 받들고 있다는 물 속의 희귀 생명체, 쉽게 말해 '인어'를 항공우주 연구센터로 데려온다. 평이한 일상을 살아감에도 '언어 장애'라는 단 하나의 특성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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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7일차] 비관과 낙관 사이, 나의 7일차와 카프카의 삶Travel/the Czech Republic 2018. 1. 9. 22:56
01/ 세상엔 두가지 전망이 있다. 비관과 낙관. 이 둘은 한끝 차이다. 나는 물건에 관해서 부정적인 감정 쪽으로는 무디다. 흰 옷에 빨간 양념이 튀거나 비싼 핸드폰을 시멘트 바닥에 떨어뜨려도 '악!' 한마디와 함께 그 사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끝이 난다. 낙관적이라 살기 편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프라하 7일차 새벽 3시경, 내 핸드폰이 블타바 강물의 강력한 침입에 즉사하고 말았다는 걸 깨닫자 짜증이 밀려왔다. 처음으로 물건이 상하거나 잃어버렸을 때 분노에 휩싸였다. 마침내 프라하 여행에 대한 좋았던 기억이 나쁜 쪽으로 흘러갈 거라 비관하기에 이르렀다. 먼저 베를린행을 취소해야 했다. 혼자서 베를린에 떠나기로 했기 때문에 누군가의 핸드폰에 의지할 수 없었다. 핸드폰에 모셔둔 기차표가 없으니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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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6일차] 카페, 카약킹, 그리고 사요나라 핸드폰Travel/the Czech Republic 2018. 1. 1. 01:47
06/ CAFEFIN이자 Pho Vietnam Tuan & Lan 며칠 전 어이없는 실패 후, 우리는 쌀국수 먹기 기행을 어떻게든 성공해내기로 마음 먹었다. 현재 위치에서는 가장 가까웠지만 그래도 Play bag에서 자못 거리가 있는 그 곳, Pho Vietnam Tuan & Lan으로 향했다. 여유롭게 걷다 도착하자마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얼핏 봐서는 베트남 레스토랑임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카페의 경관이다. 게다가 간판을 확인한 순간 판사가 내려치는 재판봉의 쾌활하고도 반복적인 그 소리가 내 귀에서 선명하게 들렸다. "CAFEFIN", 진짜 카페였다. '아닌데, 구글맵에서 확인한 현재 위치는 바로 이곳인데‥' 쌀국수를, 볶음밥을, 하다못해 스프링 롤이라도 먹고 있는 그 누군가를 찾기 위해 내부를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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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6일차] 체코 속 베트남인, 그리고 또 쇼핑Travel/the Czech Republic 2017. 12. 28. 19:05
01/ Jeseniova 50, 130 00 Praha 3, Czechia두번째 집은 확실히 주택가다. 밖을 온전히 가리지 못하는 반투명의 블라인드 사이로 햇빛이 은은히 들어왔다. 예배당에서 울리는 종소리도, 관광객 무리의 들뜬 얘깃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곳의 아침은 조용하다. 이사한 첫날 나는 거실 쇼파에서 잤다. 두번째 집의 거실엔 사면 중 두면이 테라스로 나갈 수 있는 통유리 창문이다. 그 사이로 긴 시간 햇빛의 습격을 받아 잠에서 깼다. 한국에서는 10년에 한 번 있을 일이지만 프라하에서는 매일 아침을 챙겨 먹었다. 그날도 일어나자마자 냉장고를 열어보니 먹을 게 없었다. 두번째 집 근처에는 TESCO Express와 테스코에 버금가는 마트 브랜드 BiLLA가 있었는데 아직 장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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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5일차] 제대로 즐긴 한끼 식사, 프라하의 맛있는 레스토랑Travel/the Czech Republic 2017. 12. 28. 01:00
05/ 반갑다, James Dean! 레스토랑으로 걸으면서 낯익은 거리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서서히 알아차렸다. 내 시야로 점차 들어오는 제임스딘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제임스딘을 다시 만나니 지난 여행이 떠오른다. 그때는 얼마 되지 않는 돈에 의지해 여행을 떠났다. 먼저 벨기에로 갔다. 유로존에 속한 국가라 아침 커피 한 잔을 즐길 때에도, 식사할 곳을 찾을 때에도, 쇼핑을 할 때에도 돈을 진창 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체코, 프라하는 달랐다. 소윤이와 함께 일주일의 시간을 보내고 하늘에서 국경을 건너 체코 땅을 밟으니 앞으로 남은 일정에 대한 근심을 떨치고 참 여행을 누릴 수 있었다. 프라하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쓴 곳을 꼽으라 한다면 단연 제임스딘이다. 프라하를 쏘다닌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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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5일차] 해외 재택근무와 이사하는 날Travel/the Czech Republic 2017. 12. 24. 23:11
01/ 해외에서 재택근무라고 내가 왜 그랬을까, 당시에는 참 많은 후회를 했다. 꼭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던 고객사에게 프라하 여행 5일차에 이메일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말았다. 너무 늦게 전달 일정을 잡으면 느직하다는 이미지로 각인될까봐. 그렇게 프라하 5일차 아침은 근무 일정으로 미리 결정되어 있었는데, 매일 아침 필스너 한잔과 커피 한잔을 즐기며 2~30분 정도 시간을 보냈던 Cafe Club Misenska에 자리를 잡았다. /Café Club Míšeňská앞서 한 시간 가량은 그간 밀린 이메일을 처리 하느라 정신 없이 보내고, 친구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보람이와 희은이는 내가 일하는 시간 동안 카프카 박물관에 갔다.) 그 시간 동안 사색을 좀 했다고나 할까. 노트북을 덮고 옆을 보자 창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