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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그때의 프라하 - 8일차] SEE YOU AGAIN,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밤.
    Travel/the Czech Republic 2019. 3. 31. 19:15

     

    01/ 핫 스팟 추천. Bohempia 
    좋아하는 일도, 사랑도 언젠가 권태가 찾아오기 마련인데 쇼핑은 아니다. 반복적인 행위지만 항상 새로운 것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 그런가 싶다. 프라하 여행 내내 쇼핑을 즐겼지만 가시지 않은 쇼핑욕은 8일차 아침부터 빛을 발했다. 

     

     

    대마가 과연 인간에게 이로울 수 있을까? Tomáš Rohal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가 제시한 답은 'YES'. 그는 Bohempia를 창업해 근거를 제시했다.  

     

    마약으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는 대마는 사실 인간 친화적(?)이다. 대마로 만든 원단은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하다. 심지어 피부의 주적인 자외선을 차단하는 역할도 겸한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대마의 이로움을 티셔츠, 후드, 양말, 신발 등 각종 의류와 악세사리를 통해 선보이는 Bohempia를 찾았다. 

     

    물처음 손에 닿은 촉감은 어, 린넨인데? 정도. 린넨보다 조금은 더 뻣뻣하다고 하면 촉감이 설명될런지 모르겠다. Bohempia에 들어선 뒤 나는 바로 후드 코너를, 희은이는 신발 코너를, 한 곳에 맘을 두지 못한 보람이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약 삼십분 간의 짧고 굵은 쇼핑을 마친 뒤, 나는 후드와 티셔츠를, 희은이는 스티커즈를, 어느 하나에도 맘을 주지 못한 보람이는 빈손으로 나왔다.

     

     

     

     

     

     

     

    02

    Parukářka Park

    이곳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판타지의 세계다. 

     

     

     

     

     

    공원에 돗자리를 펴놓고 누웠다. 와인 한모금, 과자 한조각을 베어 한국에서 가져온 책을 문장쯤 읽어 내렸다. 그러다 내리쬐는 햇살을 책으로 가리고 눈을 감았다. 이곳에서 내가 일은 오로지 즐기는 것밖엔 없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고 내일은 무얼 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아무런 의무와 책임이 없는 시간과 공간은 그야말로 판타지의 세계다. 

     

     

     

     

     

     

     

     

     

     

     

    일몰이 왔다. 천천히 지는 해를 보면서 프라하에서 머문 열흘이란 시간을 연장하고 싶다는 욕망이 솟았다. 의무와 책임이 없는 자유로움을 조금 더 누려보겠다며 프라하의 지역별 월세와 외국인 전용 영어학원을 알아보면서 "3 안에 반드시 돌아올거야."라고 다짐했다

     

    갚아야할 빚과 지어야할 책임과 감당해야할 역할과 달성해야 목표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까지 12시간이 남았다. 12시간 뒤면 세상으로 향하는 비행길에 억지로 올라야 한다는걸 새삼 인지했을 이유 모를 겁이 가슴을 채웠다.

     

     

    나는 이어져야만 하는 생을 묵묵히 감당하기엔 불만이 많고 세간의 기준을 저버리고 나만의 생을 개척하기엔 겁이 많은, 그냥 보통 중에서도 보통인 인간이라는걸 깨닫는다.

     

     

     

     

     

     

     

     

     

     

    미리 가져온 와인 한병을 모두 비웠다. 모자른 술에 아쉬움을 느낄 틈도 없이 공원 끝자락에 있는 펍에서 우리가 누워 있는 돗자리까지 맥주를 세번은 퍼다 날랐다. 취기는 한껏 올랐고 그저 신난 기분을 주체하지 못해 뛰기도 했다. 함께 올라온 우울한 감정에 한동안 눈물샘을 짜내기도 했다. 에너지가 많이 소비됐는지 허기를 강하게 느꼈고 근처의 한식집을 향해 시원하게 달렸다. 그래 이거야!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꼽는다면 바로 김치찌개다.

     

    단 3일 만에 익숙해진 동네, 익숙한 길을 따라 집으로 향한다. 애석하게도 내일이면 언제 다시 방문할 지 모르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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