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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키즈]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의 치열한 대결 속에서 외치다 - FUCK IDEOLOGY /어두운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 중에서 신파 없는 슬픔을 느꼈던 영화를 오랜만에 만났다. 1951년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국내 최대 규모의 거제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 . 공산주의, 자유주의, 국가와 개인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레 연상시키는 이 배경설정은 흔히 주지적인 메시지로 마무리되곤 했다. 하지만 는 국적과 이념, 인종이 다른 등장 인물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춤'이라는 설정을 만나 진부하지 않게 다가온다. 수만 명의 조선인민군과 중공군 사이에서 말썽쟁이로 유명했던 주인공 로기수가 감금에서 풀려나 돌아온다. 경쾌한 그의 발걸음에 박자를 맞추는 포로들의 박수 소리가 이어지는 동안 포로수용소 소장 사무실에서는 한창 댄스팀 창단을 논의 중이다. 자유 송환을 주장하는 반공포로와 자동 송환을 주.. 2019. 1. 6.
[The Shape of Water] 농아와 인어의 사랑 이야기 / The Shape of water는 농아와 인어의 사랑 이야기다. 이렇게만 말하면 굉장히 밋밋하게 들리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던지는 메시지가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언어 장애를 가진 엘리자는 청소노동자다. 매일 아침 일어나 계란을 삶고, 홀로 성적 욕구를 풀고, 일터로 나가는 단조로운 일상을 살지만 그녀의 일터가 1960년대 미국의 항공우주 연구센터라는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평범하지 않은 장소는 역시나 일상을 깨부순다. 한창 우주선 개발 경쟁에 열을 올리던 미국과 소련. 미국은 이 경쟁에서 한시라도 빨리 우위를 점하고자 아마존 원주민이 신으로 받들고 있다는 물 속의 희귀 생명체, 쉽게 말해 '인어'를 항공우주 연구센터로 데려온다. 평이한 일상을 살아감에도 '언어 장애'라는 단 하나의 특성으로 .. 2018. 4. 25.
[실내인간] 위로 실내인간 [이석원/달] 주인공 용휘는 의뭉스럽다. 그러나 앞집 남자 용우는 용휘의 의뭉스러움을 모른 채 그의 강인함에 빠져들고 만다. 함께하는 일상의 연속. 그러나 잔잔하던 일상은 못내 깨진다. 소설은 용우의 실연으로부터 시작된다. 떠나간 이와 함께 했던 공간에서 아픔으로 나날을 보내던 용우는 이사를 결심한다. 그렇게 도착해서 보니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닌 곳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 그 곳 생활에 적응하게 되는데, ‘용휘’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만난 덕택이다. 하지만 용휘의 매력은 허상이다. 용휘는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대면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실연의 아픔을 안겨다 준 그녀에게 보여줄 '방세옥'이란 새로운 인물을 창조했을 뿐. 자기 자신이 만들어 놓은 네모난 틀 안에 갇혀 사는 인물인.. 2017. 4. 7.
냉소와 애증 사이 [이석원/달]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낯선 곳에 당도한 첫 순간의 설렘은 얼마 가지 않아 낯섦으로 변한다. 이제껏 ‘나’의 생각과 시선 속에 머물지 않았던 것들을 ‘신선’이나 ‘설렘’이란 단어와 함께 충분히 향유하고 나면 새로이 발길을 디딘 장소는 ‘나’를 품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경상남도 남해 출신인 나에게 서울이 그랬다. 나 역시 소설 속 단편의 주인공 안나처럼 난생처음 겪어보는 서울의 ‘크기’에 감복했다. 서울이란 곳에 충성했던 시기는 딱 1년이었다. 신기하다며 쏘다니던 때는 머지않아 희미해졌고 그동안 마음 한구석에 있었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새삼 마음 전체로 퍼졌다. 감동도 재미도 없었던 바다가 이상하게도 보고 싶어지는 방법으로. 6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 2017.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