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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 로크의 <통치론>을 읽고 -세월호 참사를 통해 본 대한민국
    Politics/political philosophy 2017. 4. 7. 15:37

    [존 로크의 <통치론>을 읽고 ]

    세월호 참사를 통해 본 대한민국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열흘 하고 하루가 지났다. 이 기간 동안 대한민국은 하나의 공동체가 아니라 두 개의 공동체로 분열되어 있음을 드러냈다.



    공동체란 어떻게 구성되는 것인가. 로크는 1689년 그의 저작 <통치론>을 통해 그 기원을 밝힌다. 자연상태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으나 향유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각 개인들은 그들의 권리를 포기하기로 합의한 후 하나의 공동체를 결성한다. 즉, 개인들은 권리의 행사를 담보로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확보하려 한 것이다. 대한민국엔 이렇게 탄생한 공동체가 국민이란 이름으로 존재한다. 이것이 첫번째 공동체다. 그렇다면 두 번째 공동체는 무엇인가. 개개인으로부터 집행권을 위임받아 공적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할 이들이 자신의 사적 이익을 보장받고 극대화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구성한 합의체가 두 번째 공동체다. 두 번째 공동체는 정부라 불린다.

    이 주장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근거를 얻는다. 로크는 그의 저작에서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공동체는 일체로서 행동하기 때문에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연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구조가 진행된 기간 동안 대한민국은 한 마음으로 합심해 한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말할 수 없다. 정부와 국민으로 나눠진 두 개의 공동체가 역할이 전도된 모습을 보이며 두 개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우선 정부의 모습을 보자. 국민의 안전 보호가 최우선적 목표여야 할 행정부의 구조와 시스템이 총체적 무능력상태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대한 비난이 일자 정부 측 인사는 청와대는 재난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발언했다.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권력에 내재된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이는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 체육관에서 라면 먹는 교육부 장관,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며 옹호하는 청와대 대변인, 사고 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안행부 국장의 실제 행위를 보면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정부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여러 발언과 마침내는 사고 해결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공무원들을 경질하겠다며 책임 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을 통해 더욱 잘 드러난다.

    국민의 행태는 어떤가. 정부의 모습과는 정반대다. 민간잠수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와 같은 개인들이 직접 사고 해결에 나섰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고 현장의 복지 문제는 자원봉사자들의 봉사를 통해 해결되고 있다. 또한 사고를 경험한 이들의 차후 치유에 있어서 개인들의 기부금이 정부보다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란 예측이 이어진다. 사고 해결에 전력을 모으고 있는 개인은 모두 국가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아야 하는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다. 집행권을 포기한 대신 안전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민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채로 사고의 전면에 서서 집행권을 행사해야만 하는 입장이 돼버렸다. 정부와 국민의 역할이 전복된 형태다.

    이처럼 전혀 합의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대한민국이 하나의 공동체로 존재하는 국가가 아님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반대로 갈린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엔 두 공동체가 형성돼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여기선 정당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한 국가 내에서 두 방향으로 나아가는 두 공동체 중 어느 공동체의 행동이 옳으며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인가. 로크는 공동체란 일체로서 행동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며 그 권력은 오로지 다수의 의지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보았다. 즉 다수가 동의하는 방향에 따라 국가가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수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이 다수인가, 아니면 '투표'라는 근현대적 제도를 통해 다수의 동의를 받아 탄생한 정부가 다수인가에 관한 논의를 통해 국민과 정부 중 어떤 공동체의 행동이 정당성을 가지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또 정당성에 대한 논의는 국가의 의무를 올바르게 수행하는 다수파가 형성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것은 국가가 형성된 이유와 국가의 목적을 살펴보면 쉽게 해결된다. 국가의 기원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자연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자신과 타인의 보존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바가 무엇이든 그것을 행할 권리를 가진다. 또한 자연법을 위반하여 저질러진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권력을 보유한다. 그러나 자연상태에서는 공통된 법률과 권위를 가진 재판관이 없고 적절한 집행이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인간은 그가 가진 권리를 포기하고 사회를 형성한다. 사회를 형성함으로써 자연상태에서 인간이 향유했던 제권리는 사회로 양도된다. 양도된 제권리는 다수파가 가지게 되고 각 개인은 다수가 결정하는 의지의 지배를 받는다.


    각 개인의 권력을 부여받아 권력을 갖게 된 다수파는 의무 또한 가진다. 의무가 바로 국가의 목적이라 볼 수 있다. 특권을 가진 개인들이 그것을 포기한 이유는 그 특권을 더욱 잘 보존하려는 의도에 기초한다. 특권을 포기한 이유란 자연상태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세 가지 결함, 즉 위에서 언급한 공통적 법의 부재, 권위를 가진 재판관의 부재, 적절한 집행의 불가능이다. 이를 제거해 모든 사람들의 재산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목적이다. 다시 말해 인민의 평화와 안전 그리고 공공선이 국가의 목적인 것이다.

    위의 내용은 현 정부가 다수파의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는 주장을 가능케 한다. 다수파가 지니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이제껏 밝혀진 사실만 보더라도 현 정부는 실종자를 구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정치적 이념에 빠져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을 거절했다. 실종자 가족의 심리를 치료하긴 커녕 또 다시 '종북' 프레임을 가져와 지지율 유지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이 부여한 집행권을 통해 현장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면서 모든 정보를 차단하려 했다. 권리는 행사하되 의무는 지지 않았다. 또한 오직 법의 집행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할 공동체의 물리력을 대통령 일인의 안전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국가의 목적과 반하는 행동을 보였다. 명백한 월권이다.

        

    정부가 다수파로서의 정당성을 지니지 못했다고 해서 국민이 다수파라는 주장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대한민국 국민은 사회를 형성하지 않은 자연상태의 인간의 신분으로서 행동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국가가 그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경우 인간은 다시금 자연상태로 돌아갈 권리를 지닌다는 로크의 주장에 기인해 대한민국 국민은 자연상태로 돌아갔다고 가정할 수 있다. 따라서 직접 나서서 사고를 해결하려는 대한민국 개개인의 모습은 자연상태 내에서 자신과 타인의 보존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바에 따라 행동한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이라는 틀 내에서 국민이 다수파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한 것은 아니나 자연상태로 돌아간 국민은 새로운 다수파를 형성할 권리가 있다. 재산과 생명의 보존을 보장받지 못하는 국가에서 벗어나 안전을 보장해 줄 새로운 국가에 자연상태에서 갖는 인간의 제권리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의해서도 현 정부는 다수파로서의 정당성을 가지지 못하며 현재 그들이 갖고 있는 입법권과 행정권을 행사할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국가'로 불릴 수 있으려면 과반수의 동의를 통해 탄생한 정부가 국가가 가지는 목적을 제대로 인식해 그 의무를 다해야만 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줬던 행동을 철저히 반성한 뒤 구성원의 재산을 보존하고 생명을 지키는 본의의 역할로 회귀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가진 제반 권리들이 박탈당하는 상황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기를 바라진 않는 현 정부라면 그들이 지닌 입법권과 행정권은 구성원의 합의와 명시적, 묵시적 동의를 통해 부여된 것이라는 인식 하에 입법권과 행정권을 행사하는 권리와 권위를 지니는 한 그것이 행사되는 목적은 오로지 '국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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