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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윙키즈]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의 치열한 대결 속에서 외치다 - FUCK IDEOLOGY
    Review/Movie 2019. 1. 6. 21:19

    /어두운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 중에서 

    신파 없는 슬픔을 느꼈던 영화를 오랜만에 만났다

     

     

    1951년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국내 최대 규모의 거제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 <스윙키즈>. 공산주의, 자유주의, 국가와 개인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레 연상시키는 이 배경설정은 흔히 주지적인 메시지로 마무리되곤 했다. 하지만 <스윙키즈>는 국적과 이념, 인종이 다른 등장 인물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춤'이라는 설정을 만나 진부하지 않게 다가온다. 

     

     

    수만 명의 조선인민군과 중공군 사이에서 말썽쟁이로 유명했던 주인공 로기수가 감금에서 풀려나 돌아온다. 경쾌한 그의 발걸음에 박자를 맞추는 포로들의 박수 소리가 이어지는 동안 포로수용소 소장 사무실에서는 한창 댄스팀 창단을 논의 중이다. 자유 송환을 주장하는 반공포로와 자동 송환을 주장하는 공산포로의 대립이 야기한 폭동 이후 새로 부임한 소장에게 필요했던 건 성공적인 포로수용소 운영이라는 대외적인 인정. 그 무기로 과거 브로드웨이 탭댄서 출신인 흑인 군인 잭슨을 중심으로 댄스팀을 만들라는 명령을 내린다.  

     

     

    피난길에 잘못 걸려 포로수용소로 끌려온 병삼(

    南), 전쟁통에 여성의 몸으로 가장이 되어버린 판래(南), 안무 창작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샤오팡(中), 오키나와에 있는 연인과의 만남을 꿈꾸며 댄스팀 창단에 동의한 잭슨(美), 반공분자를 향한 분노만큼이나 탭댄스를 향한 열정이 가득한 로기수(北)까지. 국적과 이념이 다른 이 다섯 명은 탭댄스를 매개로 점차 하나가 되어가며 전쟁이라는 부조리 속에서도 웃음으로 풍성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만, 개인이 사라진 이념적 대립 속에서 아픔으로 가득찬 결말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윙키즈>는 한국 영화에서 흔하디 흔한 전쟁이란 설정에 춤을 더해 신선함을 가미했다. 소재의 신선함에 안주하지는 않았다. 주인공 이외의 인물들도 입체적인 점, 기승전결에 이르는 시간 동안 새로운 사건이 다차원적이고 연이어 일어나는 점까지. 오랜만에 소재, 재미, 슬픔, 그리고 스토리까지 영화적 요소를 탄탄히 담은 완벽한 영화를 본 느낌이다. 

     

    분단 국가에 평생을 걸고 살아왔지만 요즘에서야 '전쟁'이라는 단어를 깊게 생각한다. 시기적절하게 개봉한 이 영화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간접적으로 새겼고, 전쟁이란 '다시는 없어야 할 일'이라는 걸 새삼 기억한다. <스윙키즈>를 연출한 강형철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영화가 끝났을 때는 그 시대가 매우 아팠고, 우리가 지금도 그때로부터 자유롭지 않구나, 과연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생각들이 남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가 던지려는 메시지가 정확히 나에게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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