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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의 크로아티아] 구시가지 관광 - 스톤 게이트, 성마르크 성당, 메슈트로비치 아틀리에, 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그릭 터널(Gric Tunnel)
    Travel/Croatia 2019. 5. 4. 20:21

     

    04. 
    여행자에게 
    관광은 진리  

     

    구시가지의 입구, 스톤 게이트(Stone Gate)로 걸음을 옮겼다. 스톤 게이트엔 특별함이 있다. 1731년 발생한 큰 화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그림을 지금까지 보호한다. 불 속에서 온전히 형체를 보존한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그림을크로아티아 인들은 신의 가호로 해석했다. 그들의 보존은 순례자들의 발길을 모았다.

     

    비가 그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은 쌀쌀한 날이었다. 오로지 스톤 게이트의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그림의 주위만 그를 둘러싼 촛불로 온기가 돌았다. 화재 이후 스톤게이트 안의 한쪽 귀퉁이에 마련된 제단에서는 몇몇 이들이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제단은 돌이 하늘을 가리고 있는 문 안쪽에 자리 잡아 대낮에도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자연스레 숙연한 마음이 들게 했던 곳이라 안타깝게도 사진은 없다. 

     

    스톤 게이트로 향하는 길

     

    숙연한 마음을 안고 걸음을 옮겨 성 마르크 성당 앞에 도착했다. 흡사 레고를 맞춘 듯한 느낌의 지붕 위 문양이 유명하다. 지붕에 새겨진 문양이라 눈 앞에서 꼼꼼히 감상하진 못했지만 섬세하게 수를 놓은 십자수 같다. 성당의 지붕에 새겨진 문양이라기엔 다소 채도가 높은 파랑, 빨강, 노랑색이 가미돼 있어 건물의 이상야릇한 조화만으로도 관광할 가치가 충분하다. 


    성당 내부를 둘러볼 수도 있다는 정보를 봤지만 우리가 찾은 날엔 두 개의 입구가 모두 닫혀 있었다. 주변의 대통령궁을 경호하는 분께 오픈하지 않냐고 물어봤지만 속시원한 대답은 듣지 못했다. 우리가 방문한 때는 2월 초다.

     

     

     

    성당 내부를 구경하지 못한 아쉬움을 풀자며 아틀리에로 걸음을 옮겼다. 17세기에 활약했던 크로아티아의 유명한 조각가, 메슈트로비치가 살던 집을 개조한 아틀리에 형식의 박물관엔 그의 역작들이 전시되고 있다.

     

    관람 포인트는 두 가지다. 메슈트로비치의 조각상을 볼 수 있는 전시관과 메슈트로비치가 살았던 집이다. 특히 그가 머물던 집을 구경한 건 쏠쏠한 재미였다. 메슈트로비치에 대해 아는 바는 전혀 없지만 그가 머물던 열개 남짓의 방에서 그가 창조한 작품을 보니 그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엿본 듯했다. 

     

     

    사실 더 큰 재미는 따로 있었다. 작년 10월 원룸으로 이사한 뒤, 작은 공간이지만 조금씩 꾸며나가는 게 그 당시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방을 내 취향대로 꾸미기 위해 한창 인테리어 사진을 둘러볼 때 원목 인테리어는 참 올드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17세기의 인테리어 감각으로 꾸며진 원목 느낌의 메슈트로비치의 집은 중후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자아냈다. 브라운 톤을 기본으로 각종 원목 가구와 골드 포인트를 보는 재미는 기대치도 예상치도 못한 흥미거리였다. 

     

     

    05. 
    끊어진 인연의 재해석 

     

    이유 없는 이별은 없다지만 이렇게 많은 사연이 있을 줄이야. 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는 헤어짐에 담긴 사연을 전시하는 독특한 박물관이다. 

    마음을 크게 사로 잡았던 건 한 예비 신부의 웨딩드레스에 담긴 이야기였다. 2014년 친구로 만난 남녀는 2015년 5월, 평생을 함께할 반쪽이 되어주기로 결심한다. 1월에 약혼을 했지만 예비 신랑의 한 평생 꿈이었던 '한 여름의 결혼'을 위해 정식 결혼식은 몇 개월 정도 미루기로 했다. 

     

    결혼이 다가오자 남녀는 서서히 준비를 시작한다. 꿈에 그리던 결혼식에 입을 웨딩드레스를 맞췄으나 웨딩드레스는 결혼식에 입장하지 못했다.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예비 신랑을 기억할 수 있는 가장 큰 소품으로 남았을 뿐이다.  

     

    전장에서 죽은 아버지의 목소리가 담긴 라디오. 헤어진 커플이 함께 살 공간에 배치하려 했던 가구 등 헤어진 연인, 가족, 친구의 수많은 스토리를 읽다 보니 어느새 해가 졌다. 박물관 안의 카페에서 울컥하게 만들었던 사연들을 정리한 뒤 다른 관광지로 향했다. 

     

    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 Address: Ćirilometodska ul. 2, 10000, Zagreb, Croatia (MAP)

    Open: 9 AM to 9 PM 

    - 공감 능력이 뛰어난 분들은 꼭 손수건을 준비하길 바란다. 

     

    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 · Museum · Ćirilometodska ul. 2

    www.google.hr

     

     

     

    06. 
    사서 
    고생하기 

    보행자를 위한 터널, 제 2차대전 시절 연합군의 폭격에 의해 파손된 뒤 복원된 역사를 지닌 터널,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내전에서 독립군의 은신처로 사용된 역사도 지닌 터널, 독립 이후 마약쟁이들의 거주지로 쓰이다 지금은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터널, 바로 자그레브의 Upper town을 촘촘하게 잇는 그릭 터널(Gric Tunnel)이다. 

     

    터널이 주는 음침하고 우중충한 느낌을 한층 북돋우는 밤, 우린 입구에 도착했다. 여름에는 예술 작품들과 다양한 페인팅이 스산한 터널 내부의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꾸민다고 들었지만 우리가 방문한 때에는 그저 시멘트가 가득한 터널일 뿐이었다. 감상평은 단 하나다. 무서웠고, 무서웠고,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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